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5월부터 금리인상과 시중 유동성 흡수를 동시에 진행하는 '쌍끌이 돈줄 죄기'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국채 금리가 연일 급등하는 '금리 발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큰 폭 금리 인상과 고강도 긴축을 예고한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금리 발작’(금리의 비정상적 급등)이 벌어지고 환율이 뛰어오르는 등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표 금리 역할을 하는 국채 3년 만기 금리는 이달 들어 0.5%포인트 이상 올라 연 3.18%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채 30년 만기 금리(연 3.14%)를 웃도는 수준으로, 이로 인해 국내 채권시장에선 처음으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여기에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올 들어 10조원 이상 팔아 치우면서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선 위로 치솟았다. 금리·환율 동반 급등에 따른 금융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다음 달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고 매달 최대 950억달러씩 유동성을 회수하는 ‘쌍끌이 긴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공격적으로 정책 금리를 올리면 전 세계에 뿌려진 달러 투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면서 신흥국 금융 시장을 흔들 위험성이 커진다. 1990년대 말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외환 위기도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이 촉발시켰다.

미국발 긴축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가계·기업이 모두 금리 인상에 취약한 구조가 돼 있다. ‘미친 집값’ 여파로 가계 빚이 지난 5년간 400조원 이상 늘어 금리가 급등하면 큰 타격을 입는다. 수출 대기업을 제외한 상장 기업의 40%가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 상태다. 위기 때 버팀목이 되어야 할 정부 재정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여력이 바닥 난 상태다. 이러니 금리를 올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신(神)의 한 수’는 없다. 재정을 책임진 정부와 통화를 주관하는 한국은행이 긴밀한 공조를 통해 미국발 금리 충격을 흡수할 정책 조합을 찾아내 살얼음판을 걷듯 위험 지대를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한미 통화 스와프 재체결을 통해 외환 방파제도 더 높이 쌓아야 한다. 새 정부는 ‘50조 추경’ 공약에만 집착하지 말고 적자 국채 발행을 최소화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공법은 정부, 기업,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산성을 높여 물가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구현하는 것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