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큰 폭 금리 인상과 고강도 긴축을 예고한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금리 발작’(금리의 비정상적 급등)이 벌어지고 환율이 뛰어오르는 등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표 금리 역할을 하는 국채 3년 만기 금리는 이달 들어 0.5%포인트 이상 올라 연 3.18%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채 30년 만기 금리(연 3.14%)를 웃도는 수준으로, 이로 인해 국내 채권시장에선 처음으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여기에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올 들어 10조원 이상 팔아 치우면서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선 위로 치솟았다. 금리·환율 동반 급등에 따른 금융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다음 달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고 매달 최대 950억달러씩 유동성을 회수하는 ‘쌍끌이 긴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공격적으로 정책 금리를 올리면 전 세계에 뿌려진 달러 투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면서 신흥국 금융 시장을 흔들 위험성이 커진다. 1990년대 말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외환 위기도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이 촉발시켰다.
미국발 긴축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가계·기업이 모두 금리 인상에 취약한 구조가 돼 있다. ‘미친 집값’ 여파로 가계 빚이 지난 5년간 400조원 이상 늘어 금리가 급등하면 큰 타격을 입는다. 수출 대기업을 제외한 상장 기업의 40%가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 상태다. 위기 때 버팀목이 되어야 할 정부 재정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여력이 바닥 난 상태다. 이러니 금리를 올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신(神)의 한 수’는 없다. 재정을 책임진 정부와 통화를 주관하는 한국은행이 긴밀한 공조를 통해 미국발 금리 충격을 흡수할 정책 조합을 찾아내 살얼음판을 걷듯 위험 지대를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한미 통화 스와프 재체결을 통해 외환 방파제도 더 높이 쌓아야 한다. 새 정부는 ‘50조 추경’ 공약에만 집착하지 말고 적자 국채 발행을 최소화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공법은 정부, 기업,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산성을 높여 물가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구현하는 것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