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주말 새벽 단독으로 국회 예결위를 열고 자영업자 320만명에게 300만원씩 지급하는 14조원 규모 정부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은 지원액이 불충분하다며 반대했지만 민주당이 기습 상정해 4분 만에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여기에 3조5000억원을 더 얹은 17조5000억원 규모 추경안의 본회의 의결을 강행할 예정이다. 대선 전에 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첫 단추를 꿴 ‘선거용’ 추경이다. 이 후보가 ‘설 이전 30조원 추경’을 주장하자, 문 대통령이 곧바로 “소상공인 지원 여력을 갖게 됐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의 주문에 14조원대 추경안을 마련한 정부는 민주당의 증액 요구에 난색을 표하다 슬금슬금 후퇴해 ‘2조원+알파’의 증액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여당이 코로나에 적극 대응한다면서 607조원대의 초대형 올해 본예산을 통과시킨 것이 작년 12월초였다. 그새 사정이 얼마나 달라졌다고 한 달 만에 ‘1월 추경’을 한다는 건가. 설사 추가 수요가 생겼다 해도 본예산의 불요불급한 지출 항목을 구조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기존 예산은 단 한 푼도 손대지 않고 대신 11조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한다. 재정 걱정은 조금도 없고 오로지 빚내서 선심 쓸 생각뿐이다.
선거를 앞둔 추경 편성은 문 정부 들어 습관처럼 반복되는 고정 레퍼토리가 됐다. 2020년 총선 직전 국민 지원금 14조원을 약속하며 추경을 밀어붙였고, 작년 재·보궐선거 때는 15조원 추경을 통과시켰다. 이번에도 민주당 계획대로 추경안이 가결되면 3년 연속 총 47조원의 선거용 세금이 살포되는 셈이다. 독재 정권 시절 ‘고무신 선거’를 연상시키는 21세기형 금권 선거다.
국채 남발을 통한 세금 뿌리기는 시중 금리를 급등시키고 물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887조원의 빚을 진 자영업자, 1844조원 부채를 안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간 20조원 이상 늘어난다. 달콤한 설탕물 같은 선심성 돈 뿌리기가 이자 폭탄으로 돌아오고 서민·취약층의 생활고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