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9일 새벽 단독으로 예결위 회의를 열고 14조원 규모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민주당 의원들이 전날 추경안 처리 촉구 피켓을 들고 회의장으로 몰려가는 장면

민주당이 지난 주말 새벽 단독으로 국회 예결위를 열고 자영업자 320만명에게 300만원씩 지급하는 14조원 규모 정부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은 지원액이 불충분하다며 반대했지만 민주당이 기습 상정해 4분 만에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여기에 3조5000억원을 더 얹은 17조5000억원 규모 추경안의 본회의 의결을 강행할 예정이다. 대선 전에 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첫 단추를 꿴 ‘선거용’ 추경이다. 이 후보가 ‘설 이전 30조원 추경’을 주장하자, 문 대통령이 곧바로 “소상공인 지원 여력을 갖게 됐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의 주문에 14조원대 추경안을 마련한 정부는 민주당의 증액 요구에 난색을 표하다 슬금슬금 후퇴해 ‘2조원+알파’의 증액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여당이 코로나에 적극 대응한다면서 607조원대의 초대형 올해 본예산을 통과시킨 것이 작년 12월초였다. 그새 사정이 얼마나 달라졌다고 한 달 만에 ‘1월 추경’을 한다는 건가. 설사 추가 수요가 생겼다 해도 본예산의 불요불급한 지출 항목을 구조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기존 예산은 단 한 푼도 손대지 않고 대신 11조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한다. 재정 걱정은 조금도 없고 오로지 빚내서 선심 쓸 생각뿐이다.

선거를 앞둔 추경 편성은 문 정부 들어 습관처럼 반복되는 고정 레퍼토리가 됐다. 2020년 총선 직전 국민 지원금 14조원을 약속하며 추경을 밀어붙였고, 작년 재·보궐선거 때는 15조원 추경을 통과시켰다. 이번에도 민주당 계획대로 추경안이 가결되면 3년 연속 총 47조원의 선거용 세금이 살포되는 셈이다. 독재 정권 시절 ‘고무신 선거’를 연상시키는 21세기형 금권 선거다.

국채 남발을 통한 세금 뿌리기는 시중 금리를 급등시키고 물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887조원의 빚을 진 자영업자, 1844조원 부채를 안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간 20조원 이상 늘어난다. 달콤한 설탕물 같은 선심성 돈 뿌리기가 이자 폭탄으로 돌아오고 서민·취약층의 생활고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