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전 KBS이사/고운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강규형 전 KBS 이사 해임은 부당하다’는 법원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1·2심 모두 문 대통령의 해임 조치가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사권자가)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이를 대법원까지 끌고가서 다투겠다는 것이다. 절대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오만함이 아닐 수 없다.

야당 추천인 강규형 전 이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7개월 만인 2017년 12월 해임됐다. 2년 동안 업무추진비 327만원을 김밥집 등에서 개인 용도로 썼다는 이유였다. 당시 11명 이사 모두 문제가 됐다. 하지만 방통위는 사용액이 더 큰 이사는 놔두고 강 전 이사만 해임 건의를 했고 문 대통령은 바로 해임했다. 당시 고대영 KBS 사장을 밀어내려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여권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 문건대로 진행됐다. 친정권 노조가 감사를 청구했고, 석 달 전 KBS 감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던 감사원은 다시 이사들의 법인카드를 뒤졌다.

강 전 이사는 소송 과정에서 “심신은 황폐화되고 삶은 허물어졌다”고 했다. 노조가 일하는 대학을 찾아와 스피커를 틀고 이웃집까지 탐문했다. 20건에 이르는 고소·고발에 시달렸다. 그렇게 집요하게 보복하더니 이젠 대통령이 직접 대법원 소송까지 하겠다고 한다.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이 많은 대법원에서 결과를 어떻게든 뒤집어 보겠다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 “검경 조직의 명운을 걸라”는 자신의 지시에 따라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재수사와 불법 출국금지가 이뤄졌는데 “수사 지휘가 아니라 당부였다”고 했다. 재판부에 “피고 문재인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구한다”는 답변서까지 냈다. 부동산과 경제 정책 실패, 백신 부족에 대해서도 대통령 잘못은 없다.

겉으론 통합과 관용을 말하면서 실제론 정반대였다.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을 비판할 자유가 있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지만, 자신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뿌린 시민단체 대표를 모욕죄로 고소해 22개월 동안 수사받게 했다. 대학에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인 20대 청년은 ‘건조물 침입죄’라는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시민은 구속이 1년간 연장되는 등 집요한 보복을 당했다. 강규형 전 이사에 대한 뒤끝도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