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트집 잡은 BTS 수상 소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최근 한 행사에서 “올해는 6·25 70주년으로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6·25 때 참전한 벤플리트 미 8군 사령관의 이름을 딴 상을 받는 자리였기 때문에 한·미 역사를 짧게 언급하는 건 너무 당연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 매체가 “BTS의 정치적 발언에 중국 네티즌이 분노하고 있다”며 “6·25 당시 미군은 침략군이었다”고 허위 선동을 시작했다. 중국 교과서는 북한의 6·25 남침은 언급하지 않고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운 전쟁”이라고 가르친다. 중국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K팝 좋아하면 매국노”라며 BTS를 공격했다. ‘BTS 팬 탈퇴’가 중국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그러자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이 BTS를 내세운 광고와 행사를 일제히 중단했다. 사드 보복 때와 같은 피해를 우려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대학에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붙자 중국 유학생들이 곧바로 찢더니 항의하는 우리 학생들의 신상까지 털어 공격했다. 얼마 전 가수 이효리가 중국 예명으로 “마오 어떠냐”라고 했다가 ‘마오쩌둥 모욕’이라는 중국 네티즌의 벌떼 공격을 받았다. 이제는 BTS의 미국 수상 소감마저 검열하려 든다. 한때의 소동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후진국이 경제성장을 하면 민족주의 열기가 고조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후발국과 달리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초강대국이다. 이런 나라가 다른 나라를 폭력적으로 대하며 고압적으로 찍어누르는 것을 당연시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일당독재 전체주의 특성상 다른 목소리도 없다. 공산당 교육을 받은 청년층이 맹목적 애국주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큰 시장을 무기화한 중화주의의 폭력성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