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칼럼
“아하, 그런 거였구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세상에 대한 통찰과 해석을 지금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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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설훈, 박용진, 김한정 의원이 쉽게 공천받을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설 의원과 박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맞선 적이 있고, 김 의원 지역구는 친이재명 의원이 점찍어 놓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대표가 이들을 의정 활동 ‘하위 10%’로 만들 줄은 몰랐다. 설훈 의원은 열혈 스타일 탓에 갖은 풍파를 겪었지만 마산 출신 DJ맨으로 뚝심의 외길 정치 인생을 걸어왔다. 설 의원이 민주당의 산증인이라면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에 온 손님과도 같을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진보 정당 출신으로 재벌을 비판하지만 대기업의 역할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나친 상속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공급 대책을 촉구했다. 유치원 3법을 끈질기게 추진해 통과시켰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공개 지지했고, 김여정의 대북 전단 비난에 대해 “종이 몇 장에 체제가 흔들릴 정도면 반성하라”고 했다. 박 의원이 ‘하위 10%’로 발표된 날 민주당 출신 정치인 한 분은 “살다가 별일을 다 본다”고 했다.
경남 출신 김한정 의원은 26세에 취직한 첫 직장이 김대중 비서였다. 좋은 대학을 나와 많은 길이 있었지만 가시밭 같은 길을 스스로 택해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 퇴임 뒤까지 16년을 일했다. 외교와 국가 전략 분야에 상당한 식견을 갖춘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지역에 광역 급행 버스를 신설하는 어려운 숙원도 해결했다. 이재명 대표는 ‘하위 10%’ 의원의 경선 감점을 20%에서 30%로 올렸는데 이 세 의원을 20% 감점으로는 탈락시키기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에 이어 임종석 전 의원이 공천 배제되면서 민주당 내분은 극한으로 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것으로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성급한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은 경기도와 인천이 결정적 승부처일 것으로 본다. 두 곳에 걸린 지역구 의석이 72석, 여기에 딸린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80석이 훌쩍 넘는다.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은 경기, 인천 지역구에서 싹쓸이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경기에선 51대7, 인천에선 11대1이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 경기, 인천 상황은 민주당에 유리하다. 민주당에 몰표를 던진 40대, 50대 유권자들 분위기도 큰 변화는 없는 듯하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와 인천 상황이 나빠진 지 오래돼 이제는 각 지역구에 내세울 좋은 후보도 찾기 어렵다고 한다. 서울도 마찬가지여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높은데 막상 후보를 대입하면 뒤집힌다고 한다.
그러나 비록 섣부르기는 하지만 지금 이재명 대표식의 오만하고 일방적이고 노골적인 공천 전횡과 이에 따른 민주당 내분이 총선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본다. 민주당에 무조건적 지지가 많다고 해도 지지층의 투표율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일반 통념과 이재명 대표의 생각이 크게 갈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론 ‘민주당이 지면 이 대표도 지는 것’이라고 보지만,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져도 이재명은 이기는 길’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
오해를 피하고자 먼저 밝혀둔다. 이 글은 연초 줄서기 표지판이 불러온 서울 명동 입구 버스 정류장의 퇴근길 대혼란을 되풀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면서 그 혼란을 직접 겪었다. 광화문에서 버스 타고 서울역에서 잠들었는데 40분 뒤에 깨어보니 아직 명동이었던 날은 황당했고, 작전을 바꿔 명동에서 버스를 기다린 날 스마트폰엔 이미 도착했다고 나오는 버스가 ‘정위치’에 서기까지 20분 넘게 기다려야 했을 땐 분통이 터졌다.
오세훈 시장이 사과했을 때 많은 매체가 탁상행정에 맞선 시민들의 승리처럼 보도했다. 왜 그런 표지판이 등장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기에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한다. 그 전까지 정류장에서는 버스가 들어올 때마다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타자가 공을 치는 순간 본능적으로 낙하 지점을 향해 달리는 외야수처럼, 사람들은 먼저 타기 위해 미처 서지도 않은 버스를 따라 달렸다.
한바탕 줄서기 소동을 겪고 난 지금도 그 풍경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일부 노선은 ‘대란’ 이전부터 서는 자리가 고정돼 있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정류장에선 표지판이 없어도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줄을 선다. 문제는 여러 노선이 겹치는 정류장에 정차 위치가 고정돼 있지 않은 버스가 들어설 때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든다. 차도에 내려서거나 대통령 경호원처럼 버스 차체에 바짝 붙어 뛰기도 한다. 전에는 그 경쟁의 성패에 따라 앉아서 가느냐 서서 가느냐가 갈렸다. 광역버스 입석이 금지된 지금은 얼마나 과감하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타느냐 못 타느냐가 갈린다. 누군가는 한두 명 차이로 출퇴근 버스를 그냥 보내야 할 것이다. 노약자나 임신부 같은 교통 약자일수록 불리할 것이다.
지난주 서울시는 문제의 명동 입구 주변에 정류장을 추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장기적으로 노선을 조정하고 다른 교통수단을 확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통량을 분산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줄서기 표지판은 실패했어도 먼저 온 사람이 먼저 타는 질서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 좋은 의도가 나쁜 정책을 정당화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타당한 취지까지 없던 일이 돼서는 곤란할 것이다.
한국인의 질서 의식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고 한다. 번호표나 각종 예약 앱을 비롯해 줄서기를 대신하는 수단이 다양해졌고, 맛집과 한정 판매에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일이 젊은 세대의 놀이 문화가 됐다고도 한다. 그러나 줄서기라는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장면을 지금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여러 갈래로 줄이 생기는 화장실에서 나는 역시 인생은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진리를 배운다. 마라톤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대회가 끝난 뒤 온라인에서 일부 ‘무개념’ 크루(동호회)를 성토하던 목소리도 기억한다. 기록 전광판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다들 다리 아픈 걸 참고 기다리는데, 한 명이 줄을 섰다가 차례가 가까워지니 다른 회원들이 여남은 명씩 슬금슬금 모여들더라는 것이다. 경적 외에는 사실상 항의하거나 제대로 줄을 서라고 요구할 방법조차 없는 도로에선 끼어들기가 횡행한다. 버스 정류장은 한 사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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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63]I got faith in you
“유령은 존재하지 않아요. 인간은 흙덩어리라고요!(Ghosts don’t exist. Life is dirt. We’re all dirt!)” 뉴올리언스에서 유령 투어 가이드로 일하는 벤이 관광객들에게 소리를 지른다. “이건 역사 투어예요(This is an historical walking tour).” 유령 투어 가이드가 굳이 유령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유는 뭘까. 디즈니랜드의 유명 어트랙션을 모티브로 한 영화 ‘헌티드 맨션(Haunted Mansion∙2023∙사진)’의 한 장면이다.
벤(라키스 스탠필드 분)은 유령 입자까지 촬영할 수 있다는 강력한 카메라를 개발한 천체물리학자였다. 유령 투어 가이드로 일하던 알리사(체리티 조던 분)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지만 알리사는 세상을 떠나고 아내를 잊지 못한 벤은 직장에서 나와 유령 투어 가이드를 하며 아내의 흔적에 젖어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켄트 신부(오웬 윌슨 분)라는 사람이 찾아와 유령이 나온다는 집에서 촬영을 부탁한다. “믿는 게 내 직업이에요. 난 당신을 믿어요(My job is having faith, and I got faith in you).” 고액 의뢰비에 끌린 벤은 그 집으로 향하지만 섣불리 집에 들어갔다가 유령에 씌고 만다. 벤과 켄트는 물론이고 그 집에 새로 이사 온 가족도 그 집에서 나갈 수 없는 운명이 됐다.
벤과 켄트는 영매와 초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교수까지 끌어들여 이 저택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한다. 그리고 결국은 이 저택에 999명의 유령이 갇혀 있고, 알리스터 크럼프라는 악한 유령이 1000명을 채워 이 저택을 탈출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리스터는 삶에 미련이 없는 벤을 꼬드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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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의 극적인 순간]오늘 하루는 조명을 받아도 괜찮아요
후배 배우가 결혼식을 한다며 찾아왔다. 사회를 봐달라고 했다. 이왕이면 제대로 도와주고 싶어서 결혼식 대본까지 맡았다. 예식장에 기본으로 정리된 대본이 있었지만 공연을 하는 배우라서 공연처럼 진행하고 싶었다. 결혼식 몇 달 전부터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본을 썼다. 신랑 신부 모두 공통된 소원이 있었다. 양가 부모님께서 많은 고생을 하셨기에 자신들보다 부모님들이 더 빛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소원이었다.
몇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모았다. 신랑 신부가 처음에 나란히 손을 잡고 입장을 한다. 그 후에 양가 부모님들도 나란히 손을 잡고 신랑신부처럼 행진으로 입장을 한다. 두 어머님께서 함께 단상으로 올라와 편지를 읽는다. 신랑 어머님은 신부에게, 신부 어머님은 신랑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본이 잘 정리되었고 결혼식 당일에 리허설을 했다. 리허설이 순탄하게 잘 진행되었고, 어머님들께서 등장하는 순서가 되었다. 두 분을 모시러 갔더니 놀랍게도 서로 손을 꼬옥 잡고 떨고 계셨다. 가까스로 일어나 몇 걸음 걸어오시더니, 청심환을 드시겠다며 어디론가 달려가셨다.
몇 분 후 다시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단상 위에 조명이 켜졌다. 두 분이 조명 안으로 들어와 편지를 읽으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두 분은 그 조명 바깥에서 한동안 빛을 구경하고 계셨다. 어색한 걸음으로 조명 안으로 들어오더니 한동안 마른 침만 삼키다가 천천히 편지를 꺼내셨다. 두 분 모두 편지를 꺼내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시선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몰라서 계속 고개만 숙이고 계셨다. 나는 분위기를 풀어드리려고, 오늘 하루만큼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멋지게 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두 어머님 중 한 분께서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나직하게 한 말씀을 하셨다. “미안해요. 살면서 한 번도 이런 빛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 짧은 한마디에 나는 말문을 잃었다. 마음속에서 깊은 울컥함이 밀려왔다. 나는 공연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무대의 세상에 익숙했다. 무대 위에서는 누군가가 조명을 받고, 많은 이가 누군가를 주목해주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집중해준다. 하지만 두 어머님께는 그 밝은 빛이, 수많은 사람들이 두 분을 주목하고, 두 분의 이야기를 듣는 그 순간이 처음이었을 수도 있었다. 이 시간을 두 분의 인생에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어머님들, 긴장하셔도 괜찮습니다. 신랑 신부가 두 분의 손을 잡고 함께 단상으로 올라갈게요. 조명은 처음부터 켜지 않을게요. 두 분이 편한 자리에 서시면, 그때 조명을 켤게요. 조명 안에서는 꼭 어딘가를 보려고 애쓰시지 않아도 돼요. 조명이 들어오는 순간, 사람들은 모두 그곳을 바라볼 거예요. 두 분께서 아무 말씀도 없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은 두 분을 계속 바라보고 있을 거예요. 오늘 하루만큼은 조명을 받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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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간신열전] [225]동이불화(同而不和) 비이부주(比而不周)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고, 또 “군자는 주이불비(周而不比)하고 소인은 비이부주(比而不周)한다”고 했다. 이때 화(和)는 주(周)와 같은 뜻으로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도리에 따라 함께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동(同)은 비(比)와 같은 뜻으로 도리와 무관하게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따라 함께한다는 말이다. 공(公)과 사(私)의 문제인 것이다.
이 두 구절을 함께 풀어낸 공자 말이 ‘논어’ 자로 편에 나온다. “군자는 섬기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려우니, 기쁘게 하기를 도리로써 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아니하고 사람을 부리면서도 그 그릇에 맞게 부린다. 소인은 섬기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쉬우니, 기쁘게 하기를 비록 도리로써 하지 않아도 기뻐하고, 사람을 부리면서도 한 사람에게 모든 능력이 완비되기를 요구한다.”
앞의 두 구절보다 분명해진 것이 있다. 즉 군자는 군자형 리더, 소인은 소인형 리더인 것이다. 이런 경우 뒤집어 읽으면 뜻이 더욱 분명해진다. 즉 도리로써 할 때 기뻐하면 군자형 리더이고 도리로써 하지 않아도 기뻐하면 소인형 리더이다. 도리로써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름 아닌 아첨한다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친명(親明) 친문(親文)이 나뉘는 것도 도리보다는 사사로운 친연(親緣) 관계 때문임을 다 안다. 공천 결과를 보니 ‘친명 천당 친문 지옥’ 수준이다.
이 와중에 앵커 출신 30대 여성이 가볍게 공천을 받았다. 그가 한 유튜브 채널에 나가 외모 이상형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전 장관, 연예인 차은우를 제치고 이재명 대표를 꼽은 일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보기 민망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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