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전국 각지에서 치러졌다. 교육 당국이 코로나 우려로 시험장 앞 응원을 자제하라고 당부하면서, 지난 2020~2021년에 이어 올해 수능날도 전국 각지의 시험장 앞은 코로나 사태 전처럼 힘찬 응원 소리 없이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7시, 시험장 입실 마감 1시간 전부터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로 학생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험장에 자녀를 들여보낸 부모들은 몸을 떨면서도 핫팩을 손에 꼭 쥔 채 아이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걸 한참 지켜봤다. 이날 서울 아침 온도는 6도 안팎으로 이른바 ‘수능 한파’ 수준은 아니었지만 하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싸늘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영복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2022.11.17/연합뉴스

용산고 앞에서 만난 김태길(68)씨는 시험장에 데려다주지 않아도 된다는 늦둥이 아들과 아침부터 승강이를 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더러 일찍 자라고 그렇게 타일렀는데 새벽 1시에 자더라”면서 “5시간도 채 못 자고 시험을 보는 거라 아들 컨디션이 걱정”이라고 했다. 오경아(50)씨는 아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낸 뒤 교문 앞에서 기도를 하다가 눈물을 글썽였다. “1년 동안 음대 입시를 준비하며 너무 고생한 아들 생각에 눈물이 저절로 났다”고 말했다.

3년째 코로나 확산 우려 속에서 수능이 치러지면서 올해 교육부는 전국에 110개의 별도 시험장과 25개의 병원 시험장을 지정해뒀다. 이날 수능 1교시 기준 확진된 상태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은 1892명이었다. 작년까지 확진자는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시험을 봤지만 올해는 격리 중에도 수능을 보러 외출할 수 있게 해줬다.

이날 또 전국 곳곳에서는 수능 관련 경찰, 소방 등이 출동하는 사건도 잇따랐다.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서는 한 수험생이 시험장인 고등학교 바로 앞에서 지나가던 승용차 바퀴에 발이 깔리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져 시험을 보는 일도 있었다. 사고를 낸 승용차 운전자도 자기 자녀를 시험장에 데려다 주고 돌아가던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의왕시에서는 오전 7시 50분쯤 “우리 아이가 수험표를 안 갖고 갔다”는 112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출동해 그 학생에게 수험표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경기 광주시에서는 시험장을 잘못 찾아온 수험생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순찰차로 본래 가야 할 시험장으로 그 학생을 옮겨줬다. 오전 10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시험장에서는 19세 남학생이 구토를 하며 실신해 구급대가 병원으로 후송하는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