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인 이선민씨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두고 “끔찍한 비극”이라며 “삼풍백화점이라는 사고가 얼굴과 형식을 바꿔, 이 사회에 계속 나타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3일 KBS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서 “이태원 참사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는데, 예방하지 못했던 인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났던 골목은 히말라야 같은 극지도 아니고, 가지 말아야 하는 공사장도 아니었다”며 “다른 나라가 아니라 내 나라니까 그렇게 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간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한테 깔려 죽는 사고가 났다. 이건 자연재해가 아니다.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었고 예방할 수 있었던 비극적인 참사다”라고 했다.
이씨는 이번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가 대한민국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깐부라는 돈 많은 사람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을 사람 이상으로 보지 않고 그냥 장난감으로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풍 사고로) 누워있을 때, (이준 전 삼풍백화점) 회장이 인터뷰하는 걸 봤는데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많이 죽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기자가 물어보니까 ’이보시오, 기자 양반. 나는 돈을 잃었소’ 이렇게 얘기했다. 기득권의 감성들, 그리고 사람이 죽는데 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돈에 미쳐 있는 것들 전부 우리 사회를 나타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씨는 희생자를 탓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토로했다. 그는 “요즘에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를 이야기하면서 ‘거기 왜 놀러 갔냐’고 하고 개인의 책임론을 자꾸 들고 나온다. 그런데 (삼풍 붕괴 사고 때) 저한테 아무도 삼풍백화점에 왜 갔냐고 하지 않았다. 그게 상식인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삼풍 사고)그때 김영삼 정부는 확실하게 사과했다.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책임지고 수습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반면 현 정부는 개인의 잘못으로 전가하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씨는 “행안부에서 지자체에 뿌린 공문에서도 참사라는 표현 대신 사고라고 표현하자고 했고, 추모를 한 후 책임을 묻겠다는 건 오히려 침묵하라고 들린다. 이 일에 대해 너희들은 논하지 마라, 우리가 시간을 갖고 어떻게 해결할지 알아서 할테니까 이렇게 들린다”고 했다.
이씨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27년 차인데 지금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 참사 피해자분들이나 이번 일로 우울해하시는 분들은 빨리 정신과 가서 상담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집에 혼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가 사고 직후에 아무도 만나기 싫고 말하기 싫어서 2~3년을 혼자 있었는데 그게 병을 키웠다. 나중에 정신과 선생님이 안타까워 하셨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국가 책임론을 빼자는 이야기가 많다. 그럴 거면 우리가 왜 세금을 내고 이 나라에 같이 사는지 모르겠다. 저는 이태원 골목이 국가의 사업장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구멍가게 안에서 사고가 나도 그 사업장을 운영하는 운영자가 책임을 지는데 국가의 골목이지 않냐. 저희는 세금을 내고 이용하고 있다. 그럼 마땅히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