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고용보험료 인상 계획을 세우고, 이를 정부 고용보험기금 관리 계획에도 반영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는 현재 1.6%인 고용보험료율을 내년 1.8%, 2023년 1.9%, 2024년 2%로 3년 연속 올리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그동안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보험료 인상은 어렵다”는 식으로 말해왔다.

◇가속화하는 고용보험 적자

정부가 3년 연속 고용보험료율을 올리기로 한 것은 그만큼 고용보험기금 적자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17년 10조2500억원에 달했던 고용보험기금은 2018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코로나 여파로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하면서 적자가 6조원가량 발생하자 공공기금의 여유 자금을 적립한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4조6997억원을 빌려오고 세금 1조1500억원을 투입, 적자를 메웠다. 고용부는 올해도 공자기금에서 3조2000억원을 추가로 빌리고 일반 회계에서 8002억원을 지원받아 적자를 보전할 계획이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는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 처지에 몰린 것이다.

고용부 계획대로 매년 0.1~0.2%포인트씩 보험료가 오르면 직장인과 기업 부담이 커진다. 월 급여 300만원을 받은 직장인이라면. 지금은 매달 보험료 2만4000원을 내지만 0.1%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1500원씩 더 내야 한다. 정부가 지금보다 0.4%포인트 인상을 계획한 2024년엔 월 6000원이 올라 매달 3만원을 내야 한다.

◇인상 계획 숨겨 국회에 보고

고용부는 작년 국회에 ’2020~2024년 중장기 고용보험기금 재정 관리 계획'을 내면서, 고용보험료 수입이 2021년 14조5497억원, 2022년 16조4247억원, 2023년 18조237억원, 2024년 19조7666억원으로 연평균 10%씩 늘어난다고 보고했다. 3년 연속 고용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수입을 잡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보고서에는 보험료 인상 계획은 물론 인상률이 얼마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고용부는 추경호 의원실이 고용보험기금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이유를 묻자 그제야 3년 연속 보험료 인상 계획 사실을 알렸다.

보험료 인상 계획은 올 1월 고용부가 발표한 2021년 업무 계획에도 누락됐다. 당시 고용부는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최근 지출 추세나 전망을 볼 때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화 문제는 올해 어떤 방식으로든 가닥을 잡아야 한다. 방법은 보험료율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만 했다.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고용부는 “아직 보험료 인상 시기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계층이 어렵기 때문에 인상 시기를 봐야 한다”고 했다. 기금 운용 계획에 반영했으면서도 보험료 인상 계획이 아예 없는 것처럼 말해온 것이다.

고용보험기금이 바닥을 드러낸 데는 코로나 등으로 인해 실업급여가 크게 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가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을 쌈짓돈처럼 쓰는 등 선심성 정책을 펼친 것도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중소기업에 1인당 최대 27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추가고용 장려금으로만 4년간 고용보험기금 적립금 2조6600억원가량을 썼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료를 인상할 계획을 세운 것에 대해 “작년에 코로나 피해가 심각해 실업급여 등 지출이 컸고, 향후 코로나 상황도 예측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지출과 수입을 어느 정도는 맞춰야 해서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으로 상정해 추계를 했다”고 밝혔다. 국회에 보험료 인상 계획을 빼고 고용보험 기금 재정 관리 계획을 보고한 것에 대해선 “확정이 아니기 때문에 명시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고용보험

4대 사회보험 중 하나로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료가 주 수입원이다. 현재 보험료율은 1.6%. 근로자가 월 급여의 0.8%, 사업주가 0.8%를 각각 부담한다. 이렇게 모은 보험료는 주로 실업급여(구직급여), 각종 고용장려금, 고용유지지원금, 육아휴직급여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