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3시 31분쯤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에 정박해 있던 23t 규모 어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가까이에 정박해 있던 다른 어선 10척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2시간 40여 분만에 대부분 잡혔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270명과 소방장비 33대를 동원해 오전 6시 59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해경은 해양 오염을 막기 위해 주변에 140m 길이로 오일펜스를 설치했다.
하지만 오전 10시 30분쯤 피해 어선에 남아있던 불씨가 맞은편쪽 마도방파제에 정박해 있던 어선으로 옮겨붙었다. 이어 6척이 추가로 소실됐다. 남아 있던 불씨가 해상에 유출된 기름을 타고 인근에 있던 선박으로 옮겨붙었거나,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마도 방파제 인근까지 날아가 정박 중인 어선에 옮겨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불에 탄 선박은 대부분 선체가 불에 잘 타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이뤄진 데다, 배 안에 기름 등 인화물질도 많은 탓에 진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당시 선박들은 나란히 줄로 묶여서 연결된 상태라 피해가 컸다는 게 해경과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어선은 17척으로 파악됐다. 불이 난 어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탔고, 일부는 침몰하기도 했다.
태안해경은 불을 피해 바다에 뛰어내린 어선 선원 2명을 구조했다. 이 가운데 60대 선원 1명은 저체온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 졌으나 별다른 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 어선 선주들은 해경의 초기 대응이 허술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선주들은 “해경이 선주들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제때 알리고, 어선끼리 연결된 밧줄을 바로 끊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경은 “해경 출동 당시 소방당국이 현장을 통제중인 가운데 유독가스로 접근도 쉽지 않았고, 선박명이 확인되는 선주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다”면서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했다”고 해명했다. 해경은 또 “화재로 생긴 해상 기름띠는 해상에서는 불이 붙기 어려운 기름막”이라며 “2차로 발생한 화재지점은 거리가 첫 발화지점에서 700m 이상 떨어진 것으로 추정돼 기름띠로 인해 불이 확산됐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덧붙였다.
해경과 소방당국은 일단 불이 시작된 선박 내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