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지난 21일 오후 2시 23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도봉산 산악구조대 사무실. “인수봉 근처에서 남성이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대원 4명이 부리나케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추락한 남성의 위치는 해발 810m의 인수봉 인근. 등산객이 2~3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구조대는 쌀 한 포대(20㎏) 무게의 장비를 짊어지고 1시간 만에 산을 뛰어올랐다. 구조대는 뇌진탕을 입고 쓰러져 있던 60대 남성을 부축해 2시간여를 걸어 내려와 119 구급대에 인계했다. 늦은 저녁 식사를 하려던 오후 8시쯤, 이번엔 ‘도봉산 중턱에서 다리를 다쳤다’는 17세 남성의 신고가 들어왔다. 박평열(37) 대원은 “코로나 여파로 등산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말에 하루 1건꼴이던 낙상, 조난 등 산악사고가 최근엔 3~4건씩 발생한다”며 “출동이 잦다 보니 주말마다 한라산 높이(1947m)를 한 번씩은 등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산악 사고는 총 1745건으로 전년(1312건) 대비 33%가 늘었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20~30대 초보 산악인이 늘면서 레깅스에 운동화 같은 간편 차림으로 오르다 다치거나, 길을 잃었다며 신고하는 이들이 특히 많아졌다”고 했다.
코로나가 확산된 작년부터 주말에 도심 인근의 산을 찾는 이들은 빠르게 늘고있다. 지난해 북한산과 계룡산 등산객은 각각 656만, 223만명으로 전년 대비 15~18%가량 늘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으로 실내 운동하기가 어려워지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도심과 인접한 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있다”고 했다.
초보 등산객들이 늘면서 황당한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지난 15일 오후 4시쯤 북한산 산악구조대는 기자능선을 순찰하던 중 “길을 잃었어요”라고 소리치는 20대 여성을 발견했다. 나풀거리는 무릎 높이 치마에 경량 패딩, 운동화 차림이었다. 구조대는 “곧 해가 지고, 운동화로 더 이상 올라가면 사고 위험이 높으니 하산해달라”고 했지만, 이 여성은 “향로봉까지 꼭 가고 싶으니 길만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북한산 구조대 관계자는 “워낙 의지가 완고해 ’30분만 더 올라가보고 꼭 하산해달라'고 당부하고 보내줬다”며 “산행 코스의 난이도를 잘 모르고 가벼운 러닝화 차림으로 산을 오르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사고의 원인”이라고 했다. 서울시 산악구조대원은 총 28명. 코로나로 늘어난 등산객들의 사고 구조를 위해, 이들은 주말 기준 하루 4~5번씩 산을 오른다.
등산이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부상하며, 남들 눈길이 미치지 않는 샛길을 찾다 길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길을 잃어버리는 커플들 대부분이 초보 등산객”이라며 “어디서부터 길을 잃었는지도 잘 몰라 그들을 찾기 위해 ‘어디서부터 등산을 시작했냐’ ‘왼쪽으로 갔냐, 오른쪽으로 갔냐’ 등을 일일이 물어 구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119특수구조단에 따르면, ‘길을 잃었다’는 단순 조난 신고 접수는 20대가 전체의 33%로 가장 많았다.
높은 바위에 올라가 위태롭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올릴 사진을 찍다가 추락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119산악구조대 이중범(56) 지대장은 “웨딩드레스 자락처럼 바위가 펼쳐져있는 북한산 ‘웨딩바위’ 등 서울 주요 산 명소에서 사진을 찍다 추락하는 사고가 1년에 2~3건씩은 발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