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연예인 차량을 운전해주는 ‘로드 매니저’와 코디로 불리는 ‘패션 스타일리스트’의 업무를 보조하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가 연장 근로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근로계약서도 못 쓰는 경우가 많다는 근로 감독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형 연예기획사 2곳과 패션 스타일리스트 업체 10곳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연예 매니지먼트 분야는 청년들이 많이 일하고 있지만 노동 환경이 열악한 분야로 꼽혀왔다”며 근로감독 착수 취지를 설명했다.

감독 결과 대형 연예기획사에서는 총 12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적발됐다. 근로기준법상에서 정하는 연장근로 한도를 지키지 않았고, 총 1600만원의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기획사 한 곳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았다. 두 기획사 모두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라는 제도를 운용했다.

간주 근로시간제란 실제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노사가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도록 한 제도다. 연예인 스케줄에 맞춰 사무실 바깥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간주 근로시간제는 ‘몇 시간을 일했다고 볼 것인지’를 회사가 근로자들이 뽑은 대표와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기획사 중 1곳은 회사가 지명한 근로자 대표와 합의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합의에 따라 주말 근무 수당 등이 크게 변할 수 있어 근로자들이 대표를 뽑고 의사를 반영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회사가 지명한 사람이 합의를 하면 그렇게 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업체 10곳에선 4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적발됐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고, 근로기준법상 꼭 작성해야 하는 ‘근로자 명부’를 작성하지 않은 것 등이다. 패션 스타일리스트들은 각자 사업자 신분으로 연예기획사로부터 일감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옷 대여 등 보조 업무를 하는 ‘어시스턴트’를 뽑는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 노동관계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용부는 “업체들이 영세하고 연예 기획사로부터 충분한 인건비를 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등이 원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고용부는 이날 로드매니저 124명,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절반가량이 설문에 응했다. 한 로드매니저는 “일을 줄일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일한 만큼 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한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는 “연예인과 매니저의 갑질이 비일비재한데 대부분 참고 넘어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