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을 받는 대신, 대학 졸업 후 일정 기간 지방에서 일해야 하는 ‘공중보건 장학 제도’의 의대생 충원율이 매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전적 혜택만으로는 의사들의 지방 근무를 유인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공의대 설립’ 공약 역시 공중보건 장학생과 비슷한 취지인 만큼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가 매년 20명까지 지원한 의대생 대상 공중보건 장학생은 2020·2021년 12명에서 2022·2023년 10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엔 6명을 기록,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공중보건 장학 제도는 복지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의대생 1인당 연간 2040만원씩 최대 6년간 총 1억2000여 만원을 지급하고, 장학금 수혜 기간에 따라 2~5년간 의무적으로 지역의 공공 의료 기관에서 일하게 하는 제도다. 1977년 처음 도입됐는데 지원자가 줄어 1996년 중단됐다가,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재도입했다. 그런데 갈수록 인기가 떨어져 대학가에선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이 2만명인데, 공중보건 장학생 20명도 못 구한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2021년부터 간호대학 학생들도 공중보건 장학생으로 선발했다. 간호대생은 연간 장학금이 1640만원이고, 의무 복무 기간은 2~5년으로 의대와 같다. 그런데 의대생과 달리 지원자가 넘쳐난다. 2021년 정부는 20명 장학금 예산을 편성했는데, 127명이 몰렸다. 이후 2022년 172명, 2023년 194명으로 지원자가 급증했다. 정부는 지원자가 없어 남는 의대생 장학금 예산을 추가로 간호대생에게 편성해 2021년 31명에서 2022년 66명, 2023년 80명 등으로 선발 인원을 확대했다. 작년엔 의대 장학생은 6명이었는데, 간호대생은 121명에 달했다.
의대생들이 공중보건 장학 제도를 외면하는 이유는 ‘지역 의무 복무’를 꺼리기 때문이다. 공중보건 장학생에 선발된 의대생들은 졸업 후 주로 의사가 부족한 지방 공공의료원에 배치되는데, 다양한 환자를 볼 수 없고 수술 경험도 쌓을 수 없어 경력 개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의대생은 “지역 의료원은 의사들이 은퇴할 때 가는 곳이지, 젊은 의사들이 배울 게 없다”면서 “지역에서 의무 복무해야 하는 기간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져 장학 제도를 신청하려다 말았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즘 의대 가는 아이들 중 형편이 안 좋은 경우가 드물어서 졸업 후 벌 수 있는 돈을 생각하면 장학금이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는 ‘공공의대’ 역시 공중보건 장학 제도처럼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공공의대는 정부 예산으로 의대를 설립하고 학생을 무상으로 가르친 다음,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게 하는 정책이다. 공중보건 장학 제도와 거의 동일한 운영 방식이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대생들에겐 금전적 지원보다 경험과 배움 내용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공중보건 장학 제도와 공공의대 모두 지역 의사를 늘리는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차라리 지방 상급종합병원의 질 개선에 예산을 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공중보건 장학 제도
연간 2040만원의 장학금을 받는 대신 의대 졸업 후 2~5년간 공공 의료 기관에서 의무 복무하는 제도. 지방의 부족한 의사를 보충하기 위해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