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25년부터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도교육청으로 넘기기로 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관리 체계를 하나로 합치는 이른바 ‘유보(幼保) 통합’을 본격 추진한다는 뜻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1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2025년 1월부터 유치원·어린이집 관리 체계를 교육청으로 완전히 통합한다”며 “부처 간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유보통합’은 초등학교 취학 전 영·유아 교육과 돌봄(보육)을 맡는 유치원(만 3~5세)과 어린이집(만 0~5세)을 합쳐서 한 군데서 관리한다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유치원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했다. 이를 2025년부터 교육부(교육청) 한 곳에서 관리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유보통합을 국정 과제로 내걸긴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밝힌 건 처음이다. 이 장관은 “학부모로선 유치원과 어린이집 어디에 맡겨도 양질(良質)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닌다. 전국 유치원은 8500여 개, 어린이집은 3만3000여 개. 하지만 유치원이 교육에 중점을 두는 반면, 어린이집은 보육에 치중한다. 시설 기준과 교사 자격도 다르다. 교사 근로시간이나 급여 등에서도 차이가 나 교육이나 보육 질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었다. 더 나아가 영·유아 시절부터 발달 단계에 맞는 체계적인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가 늘면서 교육부가 총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영국·스웨덴·뉴질랜드 등 선진국이 그렇게 한다.
그런 차원에서 과거 정부도 꾸준히 유보통합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해 당사자 간 의견 차가 컸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은 0~2세 영아를 유치원에도 똑같이 보낼 수 있게 되면 원아를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치원 교사들은 어린이집 교사보다 자격 따기가 더 까다로운데, 유보통합으로 같은 대우를 받는 건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대학 유아교육과를 나와 정교사 자격을 따야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 등으로 과정을 이수하면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자격을 딸 수도 있다. 유치원에 0~2세 영아까지 들어오면 업무량이 너무 늘까 봐 걱정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구 절벽’이 눈앞에 닥치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 유치원은 경영난으로 줄폐업 사태가 잇따르고,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교육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저출생이 심각해지면서 인기 있던 국·공립 유치원마저 정원을 못 채우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모두 존립을 위협받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연내 ‘유보통합추진단’을 꾸려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치려면 교사 양성 체계도 통합해야 하는데 여기에 돈이 들고, 어린이집을 유치원 수준으로 좋게 단장하는 데도 돈이 들어 간다. 유치원을 어린이집처럼 이용 시간(보육 기능 강화)을 늘리려면 여기에도 인건비·운영비가 든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 7월 ‘유보통합’에 필요한 예산을 15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한 바 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유보통합 시도가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고 저출생이란 사회적 변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강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