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중학교 신입생 배정 방법 개선’ 설문에 반발한 시민청원에 약 한 달 만에 답변을 내놓았다. 이 청원은 서울시교육청이 발주한 연구용역을 통해 지난 8월 벌어진 학부모 대상 설문에서 비롯됐다. 설문에서 2개 이상의 희망 학교를 지원한 뒤 추첨 배정하는 ‘학교 선택제’에 관한 의견 등을 묻자, 이에 반발해 올라온 것이다.

서울의 현행 중학교 신입생 배정은 학교를 미리 지원하는 선택권 없이 거주지 학군 내 전산 추첨하는 방식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설문을 벌이자 “집 앞 학교를 두고 30~50분 통학하라는 것이냐”며 한 학부모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의 시민청원에 서울형 중학교 배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올렸다. 지난달 23일 마감된 이 청원은 1만2000여 명의 동의를 받아 교육청이 반드시 답변해야 하는 청원(1만명 동의)에 올랐다.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이 시민청원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답변을 올린 것이다.

◇학부모 반발 촉발한 교육청 설문

28일 본지가 확인한 ‘서울시 중학교 신입생 배정 방법 개선을 위한 설문’에 따르면, 설문 목적을 ‘서울형 중학생 배정 방식’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설문은 도입부에 “현행 중학교 신입생 배정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행 배정 방식이 학령 인구 감소와 이동 등에 적절히 대응 못해 중학교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다수의 시·도교육청에서 시행하는 학교 지원제가 희망 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균형 배정을 통한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소수 학생들이 거주지에서 다소 먼 학교로 배정될 수 있고 일부 학교로의 쏠림 현상도 예상되는 문제점”이라고 밝혔다.

신입생 배정 방식 개선에 관한 질문 8개 중 4개가 ‘학교지원제도를 도입한다면’을 전제로 단 것이었다. 예컨대 “학교지원제도를 도입한다면 교육청에서 배정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학교 선택권 보장’ ‘통학 거리 및 시간’ ‘학교 간 교육 여건 격차 해소’ 등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특히 학부모들의 혼란과 우려를 키운 설문 문항은 학교 지원 범위와 도입 시기에 관한 것이었다. “중학교 신입생 배정 방식에 학교 지원 제도를 도입한다면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중학교의 공간적 제한 범위는 어디까지가 적합한가”라고 물으며 선택지로 ‘서울시 전체 중학교’ ‘교육지원청 내 중학교’ ‘행정구역 내 중학교’ ‘현 학교군 내 중학교’ ‘학교군을 더 세부 구역으로 설정한 중학교’를 선택지로 제시했다. 5개 선택지 중 3개가 현 학군보다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특히 지원 범위가 ‘서울시 전체 중학교’인 경우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지원이 가능해 진다. 이에 학부모 카페 등에서 “강남 집값 잡겠다고 중학교 학군까지 손대느냐” “원하는 중학교 가려고 이사왔는데 배정 방식을 바꿔 불이익을 주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조희연 “그런 내용 있는지 몰랐다”

시민청원을 올린 학부모는 “설문 내용을 보면 원하는 정답을 끼워 맞추는 듯한 점수 매김까지 보인다”며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데 이런 뜬금없는 설문으로 더욱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답변에서 이에 대한 해명은 없이 “현 학교군 및 배정 방법에 대해 분석이 필요해 연구용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연구결과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중학교 신입생 배정 방식을 바꿀지 여부와 시기는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서울교육청이 발주한 연구용역에 따라 진행된 설문조사로 논란이 확산됐는데, 학부모들이 오해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지원제 설문이 학부모들의 혼란과 우려를 키웠다는 지적에 “설문에 그런 내용이 들어갔는지 몰랐다”며 “(해당 설문은) 만약의 경우 학교 선택권을 도입했을 때 학부모님들이 거리 여부를 얼마나 비중 있게 생각하시는지 인식 조사 차원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