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美) 국무장관의 콜롬비아 방문을 앞두고 현지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아바나 증후군’을 겪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에 현지 미 대사관과 국무부가 조사에 나섰다. 아바나 증후군이란 원인 모를 두통, 이명(耳鳴), 어지러움 등을 동반하는 증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5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MCM) 개회식에 참석해 개막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24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도 현지 미 대사관 직원에게 아바나 증후군 의심 증상이 발생했었다. 이 때문에 약 3시간 지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사건이 해리스 부통령을 노린 것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이날 WSJ에 따르면 보고타에 위치한 주콜롬비아 미국대사관에서 최소 2건의 아바나 증후군이 확인됐고, 대사관 측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다음 주 콜롬비아 등 남미를 순방할 예정인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증상을 겪은 직원은 가족들과 함께 치료를 위해 콜롬비아에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미국대사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국무부는 객관적이고도 세심하게 이번 사건을 다루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WSJ는 “해외에 포진하고 있는 미국의 외교관 및 스파이 요원들에 대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엔 인도와 베트남에서도 관련 공격 사례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아바나 증후군', 자료=외신 종합

미국은 2016년 이 증후군이 처음 등장한 이후, 국내외에서 외교관·정보 요원 및 가족 200여 명이 아바나 증후군을 겪은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미 정보 당국은 아바나 증후군이 미 외교관 및 정보 요원들을 겨냥한 계획적이고 지능적인 공격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 CIA(중앙정보국) 등 17개 미 정보기관은 러시아 첩보 조직인 정찰총국(GRU)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합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CIA도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쫓았던 베테랑 요원을 내부 태스크포스(TF) 수장에 앉히고,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이 이 사안과 관련해 매일 브리핑을 받는 등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등이 배후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에서 발생한 의문의 질환이 미국 외교관을 겨냥한 의도적인 공격이라는 판단 아래 미국에서 쿠바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보복 조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