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에 올라온 사진. 네티즌들은 "친구는 방에서 식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는 글과 함께 이 사진을 '스웨덴게이트' 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케아

북유럽 국가 스웨덴의 ‘식(食) 문화’가 전세계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밥때가 되면 가족끼리만 식사하고 집에 놀러 온 손님에게는 밥을 주지 않는다’는 경험담이 커뮤니티에 퍼지면서다. 야박한 인심에 놀란 네티즌들이 이 관습을 대형 비리에 빗대면서 ‘스웨덴게이트’라는 말도 생겨났다.

스웨덴게이트는 지난달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다른 문화권에서 이상한 일을 겪은 적 있나?’라는 질문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한 작성자가 “스웨덴 친구 집에 들러 그의 방에서 놀고 있었는데, 친구 어머니가 밥을 먹으라고 불렀다”며 “그러자 친구는 나에게 방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자기 가족끼리만 밥을 먹었다”고 답변을 남겼다. 이후 또 다른 네티즌들이 ‘#스웨덴게이트’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손님 환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아랍 국가는 물론 동아시아, 미국 남부, 남미, 아프리카 등의 네티즌들은 이런 관습을 놓고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스웨덴 사람들은 손님에게 집 화장실도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 ‘스웨덴 친구 집에 갈 땐 비상식량을 챙겨가라’ 등 스웨덴을 조롱하는 밈이 확산했다.

스웨덴 가족이 식사하는 모습을 손님이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고 있다./트위터

손님만 빼고 가족끼리 식사한다는 ‘스웨덴게이트’는 사실일까. 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일(현지시각) 1970~80년대에는 이런 일이 드물게 나타났으나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 출신의 라스 에릭 틴드르(47)는 WP에 “스웨덴 부모들도 미국처럼 다른 집 아이들을 픽업해오고 식사도 함께한다”며 “논란이 된 관습이 지금 일어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은 기후 위기, 식량 원조 등 공익 기여도에 있어 상위권 국가에 속한다”며 “스웨덴인들을 매정한 사람들로 보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스웨덴을 비롯해 북유럽에 이런 관습이 생긴 배경에 주목했다. 하칸 욘손 룬드대학교 식품학과 교수는 “과거 스웨덴은 추운 기후 탓에 식량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식사를 대접하는 문화가 발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른 집 아이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그의 가족을 존중하는 행위라는 해석도 나온다. 스웨덴 사람들은 독립성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집 자녀에게 밥을 주는 건 부모의 부양능력을 무시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욘손 교수는 설명했다. 로테 홀름 코펜하겐대학교 사회학 교수도 “1950~60년대 덴마크에서도 친구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만약 아이들이 식사를 하게 되면 집에 연락해서 (먹어도 되는 지) 물어보게 했다. 그것이 다른 가족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놀러 온 아이는 그의 가족과 식사 일정이 잡혀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종의 배려라는 것이다.

주한스웨덴대사관도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관련 논란을 언급했다. 주한스웨덴대사관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스웨덴 친구네 집에서의 식사 이야기 들어보셨나요”라며 “이건 스웨덴 사람들과의 ‘피카’ 경험이 없어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어 “스웨덴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피카(fika)’라는 문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