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연합뉴스 18일 '레이트 쇼 스티븐 콜베어' 간판이 걸려 있는 미 뉴욕 브로드웨이의 에드 설리번 극장 앞에서 한 남성이 "콜베어를 지우지 말라, 희극인들은 진실을 말한다"고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미국 CBS방송이 살아있는 권력 앞에 바짝 엎드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송의 편파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본격 심리도 하기 전에 거액 합의금을 주고 종결한 데 이어, 트럼프 정권을 풍자해 온 간판 프로까지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앞서 CBS의 심야 토크쇼 ‘더 레이트 쇼’의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17일 방송에서 프로그램이 내년을 끝으로 폐지된다고 알렸다. 콜베어는 1993년부터 22년 동안 진행해 온 데이비드 레터맨의 후임으로 2015년부터 이 프로를 이끌어왔다. 트럼프 정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조롱으로 유명했다. 폐지 방침이 알려진 뒤 트럼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콜베어가 해고됐다는 사실이 정말로 기쁘다”고 썼을 정도다.

앞서 CBS는 지난 2일 트럼프가 제기한 편파 방송 관련 소송을 1600만달러(약 223억원) 지급으로 종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대선 직전 CBS 인터뷰가 당사자에게 유리하게끔 왜곡·편집돼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정권을 향해 CBS가 잇따라 수세적인 모습을 보이자 정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현재 CBS의 모기업 파라마운트가 추진하는 할리우드 제작사 스카이댄스 인수·합병 현안과 관련해 칼자루(인허가권)를 쥔 트럼프 행정부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CBS가 직접 입장을 발표하고 “더 레이트 쇼 폐지는 그간 방송한 내용이나 모기업 파라마운트가 걸린 현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재정적 이유로 내린 결정”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방송 작가 단체 미국작가조합이 “더 레이트 쇼 폐지는 (CBS가) 트럼프 행정부의 환심을 사려는 뇌물일 수 있다”는 성명과 함께 뉴욕주 검찰 조사를 요구하고,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연방 상원 의원이 의회 차원의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등 정치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앞서 ABC방송도 작년 3월 트럼프와 벌인 소송을 합의금 지급으로 끝냈다. 당시 간판 앵커 조지 스테파노풀로스가 트럼프의 성추문 관련 재판 소식을 전하면서 “트럼프에게 강간 혐의가 있다”고 발언했는데, 트럼프는 “강간이 아닌 성추행 혐의만 인정됐다”며 허위 사실 유포로 소송을 걸었다. 이 일은 ABC가 트럼프 측에 1500만달러(약 209억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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