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한·중·일이 함께 맞서는 공동 보조도 이론적으론 불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1일 일본 도쿄 세르리랑타워도큐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 국제포럼(IFTC)’에서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교수는 “미국 통상정책 앞에선 일본과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적어도 같은 이해를 공유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에야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의 트럼프 시대에 3국은 근본적으로 협력 이외에 옵션이 없다”고 했다.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도 “북핵이나 미·중 대립과는 달리, 관세는 한·중·일이 유일하게 함께 대응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 국제포럼’에서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교수, 천둥샤오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 수석 연구원,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왼쪽부터)이 토론하고 있다. /성호철 특파원

이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이 ‘글로벌 복합 위기 대응과 3국 협력’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한·중·일 협력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후지이 히사유키 일본 외무성 부대신은 “역사의 전환점을 맞아 일·중·한 3국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지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며 “리창 중국 총리와 이재명 한국 대통령을 일본에 초청해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유의미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할 수 있도록 중국·한국과 긴밀하게 연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글로벌혁신연구원 이사장)은 “정상 간 대화는 단지 의전적 이벤트가 아니라, 갈등의 악화를 방지하는 유일한 안전장치”라며 “동북아 협력의 상징인 한·중·일 정상회의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회의’가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평화의 관행’이 돼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전쟁과 같이 지정학적 긴장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는 안전판으로 ‘3국 정상회의’를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는 “현재 세계는 100년에 한 번 있을 변혁 중이며,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탓에 지역의 번영과 안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세 나라가 손을 맞잡고 전진한다면, 분명히 ‘1+1+1’이 3보다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와 같은 공통 과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박철희 주일대사는 “기후 변화, 경제 불안, 기술 경쟁, 인구 구조 변화 등 전례 없는 복합 위기를 단일 국가의 역량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며 “한국은 언제나 국익에 기반한 실용적 외교를 바탕으로 3국 협력에 성실하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가와구치 요리코 전 일본 외무상은 “최근에 국제 협력의 장벽이 더욱 높아진 건, 솔직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사회 보장 제도와 고령화, 인구 감소, 사회 분단 및 불안정화 등 3국의 공통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고민하자”고 했다. 김진표 전 의장은 “3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눈앞의 단기적인 국내 정치 이해관계에만 매몰되지 말고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서 한국·일본 참가자들이 ‘더 많은 중국의 역할’을 요구하자 중국은 ‘북한 입장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기도 했다. 우하이룽 중국공공외교협회 회장은 “(북한을) 도망칠 곳도 안 주고 몰아붙이면 안 된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안 들어가는 건, 러시아를 도망칠 곳 없는 데까지 밀어붙이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탓에) 무역 마찰과 기술 장벽이 늘어나고,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일 관계’는 중국과 일본이, ‘중·한 관계’는 중국과 한국이 정해야지, 미국의 대중 정책에 두 나라가 휘둘려선 안 된다”고도 했다.

이날 열린 포럼은 조선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 중국 인민일보가 공동 후원했다. TCS 이희섭 사무총장은 “한·중·일은 같은 목적지로 가는 같은 배를 탄 승객”이라며 “3국 협력은 오케스트라와 같이 정부·시민·언론·싱크탱크들이 다 함께 조화해 이뤄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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