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 한 병원의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뉴시스

전 세계적으로 남아 선호 현상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여아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특히 한국의 경우 1990년 여아 100명당 남아가 116명이었던 성비 불균형이 현재는 자연 수준으로 회복됐다.

7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전 세계적으로 남아 선호 사상이 사라지고 있다”며 “출생 시 남녀 성비가 크게 불균형을 보였던 국가들이 자연 발생률 수준으로 회귀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지 추정에 따르면, 2000년 170만명, 2015년 100만여 명에 달했던 남아 출산 초과 수가 올해는 약 20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연적인 태아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이다. 한국의 경우 1990년 여아 100명당 남아가 116명이 태어났으나 현재는 자연 수준인 105명 수준으로 회복됐다. 중국과 인도에서도 남아 선호가 감소하는 추세다. 중국의 경우 2000년대 117명이었던 출생 성비가 2023년 111명으로 낮아졌고 인도는 2010년 109명에서 2023년 107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한국 등에서는 오히려 여아 선호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5년 한국 여성의 48%가 “아들을 꼭 가져야 한다”고 답했으나 2003년에는 그 비율이 6%로 급감했다. 현재는 절반에 가까운 여성이 딸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일본에서도 여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5년마다 실시되는 일본 전국 출산력 조사 결과, 한 자녀만 원하는 부부 중 딸을 선호하는 비율이 1982년 48.5%에서 2002년 75%로 크게 증가했다.

선진국의 여아 선호 현상은 불임 치료와 입양 과정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매체는 “대부분 성 선택적 낙태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입양이나 불임 치료 등 성별 선택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여아에 대한 편향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뉴욕의 난임 치료 센터에서는 체외 수정을 통해 여아를 선택하려는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임신한 아기의 성별을 선택하는 데 최대 2만 달러(약 2700만원)를 지불하고 있다. 입양의 경우에도 여아 선호가 확연하다. 2010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입양 부모들은 딸을 입양하기 위해 최대 1만6000달러(약 2200만원)를 추가로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여아가 입양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런 남아 선호 현상의 퇴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매체는 전했다. 2009년 입양을 희망하는 미국 부부 200쌍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부 부모는 단순히 여아가 남아보다 키우기 쉽다는 이유로 여아를 선호했다. 자녀 성별에 대한 인식 변화나 성비 불균형으로 나타난 미혼 남성 증가,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신부값’(매매혼 사회에서 신붓집에 제공하는 대가) 관습 등 여러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일부 사회학자는 딸이 아들보다 홀로 사는 노부모를 부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현대 사회에서 남성들이 겪을 수 있는 사회적 병폐나 여성 혐오에 대한 문화적 반성도 요인일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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