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앞둔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북한군이다. 다만 북한군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다. 전선 투입 초기엔 우크라이나군 무인기(드론) 공격에 속절없이 당하는 듯했지만 “강한 정신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러시아군보다 우월한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만2000명의 병력 중 3000~4000명을 잃자 증원을 위해 후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간 정보 분석 기업 인텔 오퍼레이터스의 김세주(36) 대표는 2일 전화 인터뷰에서 “주로 공세 작전에만 투입돼 온 북한군의 행보로 볼 때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라며 “북한군이 앞으로 어디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에 따라 빠르면 수주일, 길면 수개월 내에 전선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군의 높은 손실률은 충분히 예견됐던 것”이라고도 했다.
인텔 오퍼레이터스는 북한군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분석으로 주목받았다. 북한군이 본격 투입되기 전부터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일회성 보병’으로 쓰이며 단기간에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회사는 ‘민간 CIA’라고 불리는 미국의 정보 분석 컨설팅 기업 ‘부즈앨런해밀턴’을 모델로 설립됐다. 현재 체코에 본부를 두고 유럽·아프리카·중동에서 활동 중이다. 유럽 여러 국가와 국제기구에 분쟁 및 테러, 외교 정보 수집과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선에서 사라진 북한군에 대해 “2~3개월간 전투 후 후방으로 빠졌다가 재정비해 다시 투입되는 전형적 패턴”이라며 “러시아군은 전쟁 내내 이런 식으로 병력을 운용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북한군은 어떤 형태로든 증원될 가능성이 높다”며 “증원 규모·방식에 따라 쿠르스크로 다시 투입될지, 도네츠크 등 우크라이나 영토로 투입될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2만~2만5000명의 대규모 추가 병력을 파견할 것이란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파병한 병력의 2배 이상 규모다. 김 대표는 “현재 파병 북한군은 모두 보병이지만 추가로 포병과 기갑 부대가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견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일부가 아닌) 독립 부대로 우크라이나군과 싸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 대표는 영국에서 국가정보학을 전공하고, 10여 년간 영국 외교·국방부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유엔 등과 함께 일했다. 한국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경력이다. 그는 북한군의 전반적 수준에 대해서는 “러시아군과 비교해 우위에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병사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전투 교리나 지휘관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현대전을 체득해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실전에서 다양한 현대전 기술과 드론 대응 방식 등을 학습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서 “전선에서 살아남은 지휘관의 확보는 한국군에 위협이 된다”며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장기적으로 ‘질적 변화’할 가능성에 유의하며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양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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