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0일 가자 지구를 떠나기 전 칼레드 메샬(왼쪽)이 이스마일 하니예를 끌어 안고 있다. /로이터 뉴스1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61)가 암살된 가운데, 하니예 직전 하마스를 이끌었던 칼레드 메샬(68)이 후임 지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하마스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1997년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이 암살하려다 실패한 메샬이 하마스 신임 정치국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정치국장은 하마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슈라 위원회가 선출한다. 다만 이란과 동맹국은 카타르에서 이스라엘과의 비공식 휴전 협상을 이끈 하마스 고위 간부 칼릴 알 하이야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샬은 하마스 창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1990년대 후반 이후 하마스 지도부 핵심 인물로서 대부분 망명지에서 활동해왔다. 하마스 창설자 셰이크 아메드 야신이 2004년 3월 공습으로 사망하고, 한 달 후 그의 후계자 압델 아지즈 란티시마저 암살된 이후 하마스를 사실상 이끌었다.

메샬은 1997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으면서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당시 메샬은 예루살렘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돼 요르단 수도 암만의 거리에서 모사드 요원들에게 독극물 테러를 당했다. 요원들은 곧바로 요르단 경찰에 체포됐고, 당시 총리로서 첫 임기를 보내고 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요르단의 제안에 따라 해독제를 제공했다. 이 사건으로 부담을 느낀 요르단은 암만에 있는 하마스 지부를 폐쇄하고 카타르로 추방했다. 카타르에 머물던 메샬은 2001년 시리아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메샬은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에서 수니파 반군을 지지하는 바람에 이듬해 시리아에서 쫓겨났다. 이 일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했던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의 사이가 멀어졌고, 하마스 내부에서도 정치적 입지가 약화됐다. 메샬은 과거 로이터통신에 “내 움직임이 하마스의 주요 자금 지원처이자 무기 공급자인 이란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메샬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관계 개선에도 노력했는데, 이는 가자지구 내 하마스 지도부와의 갈등 관계를 촉발했다. 결국 메샬은 최고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고, 2017년 하니예에게 정치국장 자리를 넘겨줬다. 현재 카타르와 이집트를 오가며 활동 중이다.

메샬은 하마스 내에서 비교한 유연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치국장에서 퇴임하기 직전 1988년 제정한 하마스 헌장에 명시된 ‘이스라엘 파괴’ 문구를 삭제하고,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에 설정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지역을 기반으로 한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겠다는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과거 팔레스타인 영토 전역을 국토로 삼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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