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의 피해자를 낸 총기 참사 사건을 두고 가짜 뉴스라고 주장한 미 방송인이 53억원을 물어내게 됐다.
CNN에 따르면 텍사스주 오스틴 법원 배심원단은 4일(현지 시각) 방송인 알렉스 존스가 자신의 뉴스 플랫폼 ‘인포워스(infowars)’를 통해 샌디훅 총기 참사 사건을 두고 음모론을 퍼뜨려 유족들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이들에게 410만달러(약 53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존스는 대표적인 극우 음모론자로 꼽힌다. 그가 운영하던 인포워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페이스북,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주요 소셜 미디어에서 2018년 퇴출됐다. 이번 판결은 인포워스에 금전적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첫 사례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참사 사건은 총기 사고가 잦은 미국에서도 최악으로 꼽힌다. 20살이던 총격범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후 초등학교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하면서 학생 20명과 교직원 6명이 숨졌다. 이번 소송은 당시 참사로 6살짜리 아이를 잃은 닐 헤슬린,스칼릿 루이스 부부가 2018년 처음 제기했다.
존스는 이 사건을 두고 줄곧 ‘가짜 뉴스’라고 음모론을 폈다. 오바마 행정부를 포함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사람들이 꾸며냈다는 것이다. 그는 방송에서 “아무도 죽지 않았다”며 “모두 연극”이고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희생자들이 배우라고도 했다. 일부 존스 추종자는 유족의 집을 찾아가 ‘진실을 요구한다’며 괴롭혔고, 살해 협박에 시달린 유족들도 있었다. 소송을 제기한 해슬린씨는 재판에서 존스의 거짓말이 “살아 있는 지옥”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인포워스’로 800억원 벌어들여, 하루 최대 10억원 받기도
재판 과정에서 존스는 자신의 말을 뒤집고, 유족을 실제로 만나고 난 뒤 이 사건이 “100% 진짜”라고 믿게 됐다고 진술했다. 존스의 변호인 측은 존스에 대한 처벌은 ‘말할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의 수정헌법을 향한 공격이라고 방어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말하는 것은 자유나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되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존스의 재정상태도 주목 받았다. 인포워스의 모회사인 ‘프리스피치 시스템’은 재판 진행 중인 지난 4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재판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존스는 프리스피치 시스템에서 6200만 달러(약 804억원)를 인출했고, 국세청에 납부한 것만 3000만달러(약 389억원)에 달한다. 인포워스는 총 900만달러(약 116억원) 가량의 가상화폐를 받았는데 이는 그대로 존스에게 갔다. 하루 최대 80만달러(약 10억원)를 번 날도 있었다.
이번 배상액은 유족 측이 처음에 요구한 1억5000만달러에는 훨씬 못 미친다. 그러나 유족 측 변호인은 “부모들이 결과에 모두 만족했고, 존스의 돈을 좋은 목적으로 사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CNN은 이번 재판을 두고 미국 사회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수년간 거짓말과 음모론이 넘쳐 났는데, 정치력이나 금전적 이득을 위해 대중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것이다.
배심원단은 5일 존스와 그의 회사 재정에 관한 증언을 청취한 뒤 추가로 징벌적 손해배상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존스는 샌디훅 참사 음모론 유포 관련 오스틴에서 또 다른 소송이 남아있다. 9월에는 코네티컷주에서 재판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