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를 뒤흔든 게임스톱 주식의 ‘공매도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는 개미(개인 투자자)나 공매도 세력이 아닌 게임업체의 미래를 보고 값싸게 투자했던 한 헤지펀드 회사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 주식을 주당 10달러(약 1만1000원) 미만에 사들였던 미국 뉴욕의 헤지펀드 ‘선베스트 매니지먼트’는 최근 주가가 400달러(44만7000원) 이상 급등하면서 7억달러(7827억원)를 벌었다.
선베스트는 지난해 1월 한 투자 컨퍼런스에서 게임스톱 경영진의 발표를 듣고 매수를 결정했다. 당시는 월가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보류 혹은 매도’ 등 비관적으로 평가할 때였다.
그러나 선베스트는 게임스톱 경영진과 추가로 대화를 나눈 후 주식 매수에 나섰고 그해 10월말 게임스톱 지분 5% 이상을 소유하게 됐다. 선베스트는 게임스톱이 차세대 비디오게임 콘솔을 출시하고 온라인 게임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게임 수요를 늘린다면 회사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베스트는 또 기업 분석을 통해 주요 헤지펀드들이 게임스톱에 공매도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숏스퀴즈(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단기간에 매수하며 급등하는 현상)를 노려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게임스톱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사건이 벌어졌고, 게임스톱 주가는 연초 한달새 최대 1700% 뛰어올라 한때 장중 481달러까지 고공 행진했다. 예상치 못하게 선베스트가 투자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가 개인 투자자의 게임스톱 매수를 제한하고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반격이 이어지면서, 게임스톱 주가는 연일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게임스톱 사건’은 공매도(향후 주가 하락을 노려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기법)에 나선 기관 투자자에 대항한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일제히 게임스톱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폭등시킨 일이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월가의 공매도 세력과 일종의 전쟁을 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