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출범하는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의 관방장관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이 기용된다. 스가는 또 방위상에 아베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중의원 의원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 의원은 어렸을 때 외가에 양자로 들어가 성(姓)을 바꿨다. 일본 내각의 요직인 관방장관과 방위상에 아베의 최측근과 동생이 내정됨에 따라 아베가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베스(아베+스가) 정권’ 색채가 더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토 후생상의 장인은 아베 부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의 측근이었던 가토 무쓰키(加藤六月) 전 농림대신. 2 대(代)에 걸쳐 두 가문은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가토 무쓰키는 1980년대 아베 신타로가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될 당시 아베파 ‘사천왕(四天王)’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아베는 2012년 총리가 된 후, 가토 후생상을 관방부(副)장관, 자민당 총무회장 등으로 발탁했다. 도쿄의 소식통은 “아베가 가토를 총리 후보 중 한 명으로 보고 중용해왔다”고 했다. 도쿄대·대장성(大藏省·현 재무성) 출신인 가토는 결혼하면서 아내의 성(姓)으로 개명하고 장인의 정치적 기반을 물려받았다. 한국인이 강제 노역했던 군함도(원명 하시마·端島) 탄광의 진실을 왜곡해 전시 중인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책임자 가토 고코(加藤康子)가 가토 후생상의 처형(妻兄)이다. 아베는 2015년 그녀를 내각관방참여(參與)로 임명해 산업유산정보센터 개관 준비 업무를 맡긴 뒤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아베 총리의 어머니와 가토 후생상의 장모는 친자매처럼 친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남동생인 기시 의원은 2004년 참의원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달 15일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는 등 극우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스가는 이날 자민당의 7대 파벌 중 이시바파를 제외한 6파벌을 골고루 요직에 배분하는 당 인사를 단행했다. 니카이파의 대표로 스가의 총재 당선에 기여한 자민당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유임됐다. 아소파의 사토 쓰토무(佐藤勉)와 호소다파의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은 총무회장과 정무조사회장에 각각 임명됐다.
선거대책위원장에는 다케시타파의 야마구치 다이메이(山口泰明), 조직운동본부장에는 기시다파의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가 기용됐다. 이시하라파의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국회대책위원장은 유임됐다. 간사장 대행에는 아베와 함께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당선돼 친밀한 사이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총무상이 발탁됐다. 반면 아베의 정적(政敵)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이끄는 이시바파 의원은 요직에 기용되지 않았다.
스가는 지난 14일 자민당 총재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파벌에 얽매이지 않고 개혁 의지가 있는 인물을 적극 등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스가의 첫 인사는 철저한 ‘파벌 나눠 먹기’에 따른 것으로, 무(無)파벌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그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민당을 사실상 지배하는 호소다파 등 5파벌은 총재 선거 과정에서 무파벌인 스가를 지지하면서 당과 내각의 요직 분배를 요구해왔다.
스가는 16일 발족하는 내각 인사에도 자신을 지지해 준 파벌을 골고루 중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등 아베 정권의 핵심 각료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상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소속의 아카바네 가즈요시(赤羽一嘉) 국토교통상도 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