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D) 프린터 기술은 현재 중요한 전환기에 도달했습니다. 시제품 제작에 맞춰졌던 초점은 이제 최종 사용 부품 생산 단계로 넘어왔습니다.”

지난 10일 처음 한국을 찾은 요아브 제이프<사진> 스트라타시스 CEO(최고경영자)가 본지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스트라타시스는 1989년 미국에서 설립된 세계 1위 산업용 3D 프린터 기기 제조 업체다. 수백여 기업이 난립한 산업용 3D 프린터 시장에서 25%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애플·제너럴모터스·록히드마틴·보잉 등 전 세계 2만여 기업이 스트라타시스의 고객이다. 한국에서도 현대차·LG전자·한국항공우주산업 같은 기업·기관 2000여 곳이 스트라타시스의 3D 프린터를 사용 중이다. 제이프 대표는 “현재 3D 프린팅 제품 중 최종 부품 비율이 세계 기준 70%에 달하지만, 한국은 반대로 60~70%가 시제품 제작과 디자인 검증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에선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제품은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돼 쓰이고 있다. 제이프 대표는 “맞춤형 틀니와 유방 보형물같이 생체 적합성이 중요한 제품부터 드론과 경주용(F1) 차량, 항공기 부품같이 내구성이 중요한 부품까지 모두 3D 프린터로 만들고 있다”며 “가령 에어버스 항공기에는 공기 흡입구 등 3D 프린터로 만든 부품이 350개 넘게 탑재된다”고 말했다.

3D 프린터 기술이 완성품에 쓰일 수 있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소재’다. 예컨대 탄소 섬유가 포함된 복합 소재를 활용해 출력할 경우 기계 가공 수준의 강도와 강성을 가진 부품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제이프 대표는 “매출의 50% 이상을 소재 개발에 재투자한다”며 “지난달에는 독일 유명 화학 기업 바스프(BASF) 계열사를 인수하며 50여 종의 신소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현재 스트라타시스가 보유한 소재 종류는 총 180종에 달한다.

제이프 대표는 올해 이 산업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면서 ‘온쇼어링(해외 생산 설비 자국 이전)’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덕분이다. 그는 “미국의 한 드론 제조사는 유럽·아시아 지역 부품 수입을 중단하고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3D 프린터 기기로 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