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T는 형테크 형태기자입니다. 와 정말 긴 설 연휴가 이제 시작됩니다. 독자 여러분은 고향에 계신 가족분들 만나러 가시나요? 아니면 오붓하게 여행을 떠나시나요?

/조선일보 테킷 유튜브 캡처

어디를 가든 장거리 운전엔 내비게이션이 필수죠. 오늘은 절대 강자 T맵에, 카카오, 네이버, 그리고 현대차 기아 순정 내비까지 이 네 가지 메이저 내비에 막연하게 갖고 있던 궁금증들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사별로 취재한 내용 바탕으로 질답을 정리해보겠습니다.

◇ 왜 예상 도착 시간은 항상 늘어나나?

/조선일보 테킷 유튜브 캡처

제가 이제 운전한 지 4년이 좀 넘었는데, 처음에 너무 적응 안 되는 게 바로 이 도착 예정 시간이었어요. 분명히 출발할 때는 1시간이라고 뜨는데, 가면서 차가 막히면 쭉쭉 늘어나거든요. 이러다가 약속에 지각하면 기다리는 사람 대로 화가 나고, 저는 또 저대로 화가 나고요. 참 난처했었죠. 아니 그러면 예측은 왜 해주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취재해보니 대부분 내비 업체들이 비슷한 로직을 쓰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과거의 통행 패턴 학습 모델’과 ‘실시간 교통정보’를 혼합해서 안내하는 방식을 쓴다고 하네요. 물론 이 두 가지 요소를 어떤 비율로 섞느냐가 각 사의 비결이고 영업비밀이라고 해요.

/조선일보 테킷 유튜브 캡처

예를 들어볼게요. 제가 광화문에서 경기도 수원을 간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지금 제 차와 가까운 남산터널이나, 한남대교, 경부고속도로 초입까지는 실시간 교통 상황을 바로 반영해서 시간을 계산하고, 그다음 고속도로부터 수원 목적지까지는 과거 이 시간대에 그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 정보로 예측을 하는 방식입니다.

데이터가 많은 회사일수록 예측이 정확해 지겠죠. 다만 이제 교통사고나, 갑자기 집회 시위가 발생한다 이러면 또 한없이 늘어지는 거고요.

여기서 명절과 연휴 기간은 예외라고 합니다. 이때는 연휴 기간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통행량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어떤 회사는 과거 통행 패턴 학습 모델 대신 전부 실시간 교통 정보로 돌려버리거나 아예 별개의 예측 모델을 쓰기도 한다네요.

◇왜 현대차·기아 내비만 예상 도착 시간을 여유 있게 잡나?

/조선일보 테킷 유튜브 캡처

예상 도착 시간 이야기 좀 더해볼게요. 내비 여러 개 같이 쓰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특히 현대차 기아 순정 내비가 유독 예상 도착 시간을 길게 잡습니다. 특이하지 않나요? 대부분 비슷한 로직을 쓸 텐데 여기만 왜 길까. 그래서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에 내비를 개발해 납품하고 있는 현대오토에버에 물어봤는데요.

현대오토에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을 ETA(도착 예정 시간)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운전자가 초행길이나 정확한 길을 모를 때 내비를 쓰기도 하지만, 정해진 약속 시간 안에 목적지에 갈 수 있냐를 판단하기 위해서도 쓴다는 거죠.

그런데 가다 보면 교통 상황이 변하기도 하고, 운 없이 빨간불에 왕창 걸리기도 하겠죠. 그래서 예상 도착 시간보다 늦어지는 것보다는 예상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거나 이를 점점 줄여나가는 게 운전자의 심리적 안정에도 좋다고 본다는 답이 왔습니다. 그래서 현대오토에버는 최대한 예상 도착 시간보다 늘어나지 않도록 ETA를 보수적으로 잡는다고 합니다. 뭔가 한국서 가장 많이 차를 판매하다 보니 운전자들의 심리적 상태를 좀 더 잘 아는 느낌이랄까요.

◇왜 네이버는 길 이름으로 추천하나?

/조선일보 테킷 유튜브 캡처

다른 내비들과 달리 네이버지도 내비를 쓰면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내비들은 추천 경로, 최소 시간, 무료도로, 최단 거리 이런 것 위주로 선택지를 주는데요. 그런데 네이버는 실시간 추천까지는 동일한데, 그다음부터는 ㅁㅁ로, ㅇㅇ대로 등 길 이름으로 추천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네이버에 물어봤죠. 돌아온 답은 이렇습니다. 운전자마다 선호하는 도로가 있을 수 있고, 경로에 따라 어떤 도로를 경유해서 가는지 궁금할 수도 있어서 이러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건 뭐랄까... 완전한 타지에서 운전하는 초행길 운전자 대상이라기보다는 이동네를 알고 지리를 좀 아는 운전자에게 안내하는 거 같은 느낌이네요.

◇ 왜 내비는 골목길에서 정신을 못 차릴까?

/조선일보 테킷 유튜브 캡처

초행길인데 골목길에서 내비가 정신 못 차리고 빙글빙글 돌면 진땀 나시죠. 동서남북 방위도 못 잡겠는데 말이죠. 왜 내비는 골목길서 운전자처럼 정신을 못 차릴까요?

이건 GPS 신호가 결정적이더라고요. 모든 내비는 운전자 위치 정보를 GPS 신호를 수신해서 길 안내를 해주는 방식을 씁니다. 그런데 골목길처럼 도로 폭이 좁거나, 주변에 고층 건물이 많으면 GPS 신호의 오차가 커져서 운전자 위치를 정확하게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업체별로 GPS 신호, 도로 네트워크 배치, LTE 신호 기반 측위 기술 등 이것저것 써서 보완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택시가 쓰는 카카오내비는 돌아간다?

카카오T 앱 내에서 본 택시 경로(왼쪽)와 동시에 카카오 내비에서 검색한 경로가 다르다 /조선일보 테킷 유튜브 캡처

인터넷에 종종 이런 후기가 올라오죠. ‘카카오 택시 기사분들이 쓰는 내비게이션은 돌아가는 길을 안내한다’고요. 이건 제가 지인에게 제보받은 내용인데요.

차가 목적지 직전에서 우회전 후 좌회전해서 아파트 앞에서 내려주면 되는데, 이분이 탄 택시는 단지를 크게 돌아서 내려주는 걸로 안내를 해줬다고 합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그랬다는데요.

택시만 우리와 다른 전용 카카오 내비를 쓰는 걸까요? 카카오모빌리티에 확인해보니 그건 절대 아니라고 하는데요.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택시 승객이 내리는 문 방향 때문에 다소 차이가 생길 수는 있다고 해요. 택시는 보통 승객이 오른쪽 문 열고 내리는 게 상식이죠. 승객이 안전하게 내리려면 이렇게 택시 문이 오른쪽에서 열리도록 하차를 하게 안내해야 한다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오른쪽 하차를 기본값으로 안내하다 보니 가끔 우회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 작년 추석 티맵의 농로 안내 해프닝∙∙∙경로 추천 개선됐나?

/조선일보 테킷 유튜브 캡처

지난해 추석 당일 충남 당진에서 차들이 좁은 농로로 몰려 극심한 정체를 빚은 적이 있죠. 이건 티맵 내비가 안내한 우회 도로를 이용하려던 차량들이 급격히 몰려 이렇게 정체가 발생한 거라고 하는데요.

이유를 들어보니, 고속도로와 국도가 너무 막히니까 내비 이용자들이 ‘최소 시간 경로’로 설정을 바꿨고 여기서 평소 이용이 거의 없던 농로가 안내가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평소 차가 안 다니던 길이다 보니, 내비 알고리즘이 농로 정체 상황을 파악하고 알려주는 데 한계가 발생했다고 하네요.

이후에 티맵이 마련한 재발 방지 대책을 보면요. 일단 연휴 중에 제공되는 54만곳 우회 도로 전수 조사를 해서, 이 중 사람들이 많이 갈 만한 도로 100곳을 미리 검토해 등급을 나누고, 추천을 할지 말지를 따지는 가중치를 엄격하게 조정했다고 합니다.

또한 연휴마다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TF를 구성해서, 티맵이 커버하는 모든 이면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도록 바꿨다고 해요. 올 설에는 이런 일이 이제 없겠죠?

◇명절 장거리 운전 팁은?

자, 그럼 이것저것 다 알아봤고, 이제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데 내비를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요.

공통적으로 목적지를 검색했을 때 다른 경로를 선택하기보단 ‘추천경로’를 믿고 가라고 합니다. 대부분 내비는 왜냐면 소요 시간, 거리, 요금, 연료 소모량, 차선 수 다양한 조건을 모두 비용으로 치환한다고 해요. 그럼 내가 최소 비용으로 이동 가능한 경로가 뭐냐? 이게 추천경로라는 겁니다.

무료도로라고 해서 돌아가면 기름값이 더 나오는데 그건 최소 비용이 아니라는 거죠. 마찬가지로 고속도로 경로를 할 때 거리가 짧아지지만 요금이 더 나올 수 있죠. 이런 걸 모두 고려한 게 추천 경로라는 겁니다.

그리고 내가 다음날 아침에 부산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늦은 밤에 검색해보면 다음날 예상 시간하고 차이가 크게 날 거예요. 이걸 보완하기 위해, 출발 시간에 맞춘 검색도 가능한데요.

/조선일보 테킷 유튜브 캡처

티맵의 경우엔 왼쪽 아래 시계 아이콘을 눌러서 이렇게 시간을 설정을 해주면 그때 맞춘 도착 예상 시간을 보여줍니다. 네이버는 이렇게 왼쪽에 시계 버튼이 있는데, 이를 눌러서 출발 시간 변경을 해주면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내비도 목적지 검색 후에 왼쪽 상단 시계 아이콘을 눌러서 미리 출발 시간 변경하고 시간을 체크하면 요렇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내비에는 아예 초행길을 배제해주는 옵션도 있습니다. 명절에 특히 교통 체증이 급증하면 내비가 시골길이나 골목길로 안내해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왕왕 있죠. 그래서 ‘이전에 간 길’이나 ‘자주 간 길’ 옵션을 선택하면 내가 다니던 길 위주로 안내를 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좀 발동 조건이 까다롭긴 한데, 꼭 다녀온 목적지로 가야 하고, 이 길이 실시간 추천 경로보다 느리거나 너무 멀면 아예 추천을 안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내비랑 현대오토에버 내비에선 ‘어린이보호구역 회피옵션’ 요걸 잠시 꺼두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게 동네나 출근길에서는 시속 30km 제한인 어린이구역을 피해 돌아가도록 안내하는게 유용할 수 있는데, 이게 정말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을 회피하거든요? 그래서 장거리 갈 시 이게 쌓이고 쌓여서 정말 많이 돌아갈 수가 있다고 합니다. 장거리 여행 때는 꺼두는걸 추천드리고요.

아, 그리고 내비 음성 변경 가능한 거 알고 계시나요? 네이버 내비는 유인나 배우 목소리로 변경 필수인 거 아시죠. 이런 걸 활용하면 가족끼리 화목(?)하고 즐겁게, 덜 지루하게 운전할 수 있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