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11일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부터 사람처럼 컴퓨터를 조작하는 AI 에이전트(agent·비서)까지 강력한 AI 서비스와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빅테크 간의 ‘AI 에이전트’ 경쟁을 앞두고, 연말 선제적인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새로운 에이전트 시대를 위한 차세대 AI 모델인 ‘제미나이 2.0′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첫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 1.0′을 선보였고, 올해 2월 ‘제미나이 1.5′를 공개했다. 그 후 약 10개월 만에 새로운 AI 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피차이 CEO는 “제미나이 2.0은 지금까지 구글이 내놓은 모델 중 가장 유능한 모델”이라며 “고급 추론 기능을 갖춰 복잡한 수학 방정식부터, 다단계로 구성된 질문을 처리하는 데 적합하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차세대 에이전트 선보인 구글

구글의 ‘제미나이’는 매개변수(AI가 학습·추론 때 데이터를 서로 연결해 주는 것으로, 많을수록 성능이 높음)에 따라 나뉘어 출시된다. 작고 가벼운 ‘플래시’와 다방면으로 성능이 좋은 중형 모델 ‘프로’ 등이다. 구글은 이날 제미나이 2.0 플래시를 먼저 내놓고, 내년 1월 상위 버전들을 추가할 계획이다. 구글에 따르면 제미나이 2.0 플래시는 경량화 모델이지만, 전작인 제미나이 1.5의 고급 버전 ‘프로’보다 오히려 처리 속도는 2배 빠르다.

제미나이의 성능이 좋아지며, 이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AI 에이전트’도 업그레이드됐다. 구글은 지난 5월 연례 개발자 회의 ‘I/O 2024′에서 처음 공개했던 차세대 에이전트 ‘프로젝트 아스트라’의 추가 시연 영상을 내놨다. 아스트라는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하고, 음성으로 이용자와 대화하는 AI다. 시연 영상에서는 한 이용자가 로스앤젤레스(LA) 마라톤을 위한 훈련 스케줄표를 카메라로 찍어 보이자, AI가 “마라톤을 위한 훈련표가 보이고, 경기까지 한 달이 남은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미지를 바로 분석했다. 구글은 “AI의 기억력도 더 좋아져 최대 10분 동안의 대화를 기억할 수 있고 맞춤형 답변을 더 할 수 있게 됐다”며 “아스트라는 다양한 언어를 혼합해서 대화하고, 흔히 사용하지 않는 단어도 더 잘 이해한다”고 했다.

구글은 사람의 개입 없이 컴퓨터를 조작하는 AI ‘프로젝트 마리너’도 공개했다. 자율적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클릭하며 컴퓨터를 사용하는 AI 기술은 앤스로픽, 오픈AI 등이 모두 뛰어든 차세대 격전지 중 하나다. 구글이 이 같은 AI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은 있었지만, 직접 이 프로젝트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연 영상을 보면, 이용자가 AI에 ‘가장 유명한 인상주의 명화를 찾아줘’라고 명령하자, AI는 사람의 개입 없이 구글의 온라인 예술·전시 앱 ‘구글 아트앱컬처’에서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찾아내 제시했다. 구글은 “프로젝트 마리너는 제미나이 2.0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컴퓨터 픽셀과 텍스트, 코드, 이미지 등 정보를 이해하고 업무를 완수한다”고 했다. 이 같은 AI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업무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개입 없이 항공권을 예매하거나, 특정 정보를 검색해 정리하는 작업까지 대신 해줄 수 있다. 다만 구글은 “아직 결과가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고, 결과를 내놓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구글은 이날 두 가지 차세대 AI 에이전트의 정확한 출시일을 밝히진 않았다.

구글은 이날 제미나이 2.0이 지난 5월 출시한 구글의 자체 AI 반도체 ‘트릴리움’으로 100% 학습됐다고 밝혔다. AI 모델 학습에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사용하면서 구글은 엔비디아 주도의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벗어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복잡해지는 AI 서비스… 안전은?

빅테크가 이 같은 첨단 AI 에이전트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사생활·개인정보 침해 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예컨대 카메라로 내 주위를 촬영해 AI와 대화하는 것 자체가 내 위치를 노출시킬 수 있다. AI가 컴퓨터를 대신 조작하며 내가 모르는 결제를 할 가능성도 있다.

구글은 AI 에이전트의 복잡성이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프로젝트 마리너의 경우, 이용자의 이메일·문서 등을 검토하며 특정 작업을 수행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사기나 피싱의 가능성이 있는지 AI가 평가하게 하고 있다. 또 AI가 의도치 않게 민감한 정보를 얻게 됐을 경우, 이용자가 이를 아주 쉽게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사람의 일을 대신 해주는 비서 역할의 AI 서비스를 말한다. 스케줄을 관리해 주고, 질문에 답을 하며 단순한 문서 작업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 테크업계는 AI 기술이 ‘에이전트’ 단계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