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실제 발생했던 보이스피싱 범죄 통화 내용을 활용해 인공지능(AI) 기반 피해 예방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예컨대 AI가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를 속인 패턴·키워드를 학습하고서, 특정 통화에서 비슷한 내용이 감지되면 이용자에게 위험 알림을 주는 식이다. 우선 SK텔레콤이 이달 중 정부가 보유한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를 텍스트 형태로 받아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AI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과기정통부·금융위·개인정보위·금감원·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인터넷진흥원은 3일 정부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AI·데이터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관은 앞으로 통신사를 포함한 민간 기업이 보이스피싱 통화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반 예방 기술·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도 했다. 그동안은 보이스피싱 통화 신고 내용을 사후 수사 목적으로만 활용했지만, 앞으론 사전 예방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활용하는 것이다.

우선 SK텔레콤이 이를 활용해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AI 서비스 개발을 추진한다. 국과수가 2만1000건의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를 텍스트로 변환한 후 피해자 이름·계좌번호 같은 민감 정보를 비식별 처리하고서 이달 중 SK텔레콤에 제공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이를 AI에 학습시켜 특정 통화 내용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될 경우 실시간으로 본인이나 가족에게 알림을 주는 서비스를 만든다.

예컨대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금융거래를 이유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등 통화 문맥이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와 유사하면 ‘보이스피싱 의심 알람’을 띄운다. 이용자 통화 데이터를 서버가 아닌 단말기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내장형) AI 기술을 적용해 개인정보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에 따르면 SK텔레콤 외에도 여러 기업에서 보이스피싱 예방 AI 서비스 개발 관련 데이터를 요청했다고 한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범죄자가 사용하는 보이스피싱 대본은 계속 바뀌는데 이를 지속적으로 AI 모델에 학습시키면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