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의도적으로 폭력적인 영상을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퍼뜨리고 있다. 과거 잔혹한 영상을 배포해 세력을 과시하고 심리전을 펼쳤던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테러 단체의 방식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까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맞대응을 펼치면서 X는 폭력 영상과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팔 전쟁을 계기로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마구잡이로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SNS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마스, X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활용
1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소셜미디어상에 폭력 영상이 넘쳐나는 현상의 배후에 하마스의 의도적인 프로파간다(선전) 전략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하마스는 콘텐츠 자정 능력이 다른 플랫폼보다 떨어지는 X와 텔레그램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는 하마스가 배포한 잔혹한 영상이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이 타고 있는 차량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소총을 발사하는 영상은 지난 8일 X에 올라온 이후 사흘 만에 1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젊은 이스라엘 여성이 집에서 납치당하며 절박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음성은 5만 회, 가자 지구 인근 길가에 이스라엘 민간인의 시체가 방치돼 있는 사진은 2만 회 이상 공유됐다.
NYT는 이런 전략이 과거 인터넷에 인질 살해 등 잔혹한 영상을 올리던 IS나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테러 단체의 전략을 답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IS와 알카에다는 유해 콘텐츠 보호 장치가 뚜렷하지 않은 인터넷을 심리전과 프로파간다에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이런 영상을 올리는 계정을 차단·금지하거나 콘텐츠 규정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지만 이번 전쟁을 계기로 X와 텔레그램 등에서 다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NYT는 잔혹하고 노골적인 이미지와 영상이 하마스가 주로 활용하는 텔레그램에서 시작해 X를 통해 다른 소셜미디어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허위 정보, 증오 표현을 감시하는 이스라엘 단체 페이크리포터의 아치야 슈츠는 NYT에 “X는 윤리 없는 전쟁터”라며 “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X는 그냥 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은 하마스뿐만이 아니다. 이스라엘도 하마스의 폭력적인 행위나 민간인들이 다친 모습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하마스가 무장 이슬람 세력과 동일한 집단이라는 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 “머스크의 X 실험, 대실패”
전문가들은 X를 개조하겠다는 머스크의 잇따른 실험이 실패하면서 소셜미디어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본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X를 인수한 뒤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콘텐츠 검열을 담당하는 신뢰와 안전 부문 직원이 모두 해고됐다. 모든 시민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담을 수 있는 공공 언론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애버린 것이다. 이런 대감원은 한때 ‘효율화의 성공’으로 비쳤지만, 전쟁이 일어나자 시민 단체·당국이 유해 콘텐츠에 대한 조치를 요청하려 해도 책임자를 찾지 못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가운데 X는 유독 유해한 폭력 영상과 가짜 뉴스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다.
X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일 X에 게시되는 외부 링크에 제공되던 출처와 내용 미리 보기를 없앴다. 사용자들이 뉴스와 이미지의 출처가 어디인지 파악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연구하는 작가 마이클 로스차일드는 10일 블룸버그에 “머스크의 정책 변경이 지정학적 위기의 순간에 소셜미디어의 나쁜 점을 극적으로 악화시켰다”며 “무엇이 사실인지, 소문인지, 음모론인지 구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