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연간 신차의 10%, 10년 내 50%까지 스트라드비젼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게 목표입니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저렴하게 제공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최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2027년 1000만대에, 2032년까지 5000만대에 우리 소프트웨어를 넣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스트라드비젼은 딥러닝 기술 기반의 차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자율주행용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 ‘SV넷(Net)’을 자동차에 공급하는 업체다. 스트라드비젼의 SV넷은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로 들어오는 영상을 AI 기술로 분석해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 차선, 신호등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다. 사람의 시신경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김 대표는 “카메라가 인식한 비전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게 우리 기술”이라며 “사람인지, 자동차인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려준다”고 했다.
스트라드비젼의 제품은 주로 해외 브랜드 차량에 탑재돼 있어 회사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독일, 중국에도 사무실을 두고 있다. 직원 수만 320명이다. 2019년 중국의 장안자동차와 차량용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 첫 양산에 성공한 뒤, 현재까지 전 세계 13개 자동차 제조사, 50개 이상 차종에 SV넷 공급계약을 맺었다. 스트라드비젼 측은 “계약상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유명 독일 자동차 브랜드도 포함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6년 스타트업 올라웍스를 창업하면서 카메라 기반 얼굴 인식과 사진·비디오 처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국내외 100개가 넘는 스마트폰 모델에 탑재됐고, 올라웍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2년 반도체 기업 인텔에 인수됐다. 김 대표는 인텔에서 근무하다 2014년 인텔 출신 AI 기반 컴퓨터 비전, 이미지 프로세싱 분야 전문가와 함께 다시 창업했는데, 이 회사가 스트라드비젼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보유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다가 차량용 ADAS와 자율주행 부문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때부터 자율주행차나 일반 자동차에 탑재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창업 당시 일반적인 자동차용 저가 반도체에 딥러닝 기반 인식 소프트웨어를 집어넣는 업체가 없었다”며 “SV넷은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연산 능력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프로세서의 수십에서 수백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저가 칩에서도 AI 기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의 자동차는 기아 카니발이다. 그는 “지금 내 차에는 경쟁사이자 시장 1위 업체인 모빌아이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있다”며 “내가 타는 차에 스트라드비젼의 소프트웨어를 넣는 날이 올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