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게임 업체 텐센트는 이달 초 유럽 최대 게임 개발사 유비소프트 모회사에 3억유로(약 4150억원)를 투자해 지분 49.9%와 의결권 5%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유비소프트는 슈팅 게임 ‘레인보 식스’, 액션 어드벤처 게임 ‘어쌔신 크리드’ 같은 글로벌 인기 게임을 보유한 회사다.

일본 소니는 지난달 31일 유럽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새비지 게임 스튜디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핀란드 헬싱키와 독일 베를린에 스튜디오를 둔 이 회사는 모바일 게임 제작 전문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게임 업체들이 북미(北美)와 유럽 게임사 인수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여기엔 자국 게임 규제를 피하려는 중국, 콘솔(게임기)에서 모바일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일본, 중국 이외의 새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한국 등 각국의 생존 전략이 담겼다는 것이 게임 업계의 분석이다.

자료=각 사

◇규제 피해 해외 공략 나선 中 게임사

중국 게임 업계 ‘빅2′인 텐센트와 넷이즈는 최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넷이즈 역시 지난달 31일 프랑스 게임 개발사 ‘퀀틱 드림’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헤비 레인’ 등 고품질 그래픽에 시나리오가 탄탄한, 마치 영화 같은 콘솔 게임을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넷이즈는 지난 2020년 일본, 지난해 미국에 게임 스튜디오(개발 자회사)를 설립했고, 올해엔 퀀틱드림을 인수하며 유럽에도 발판을 마련했다.

게임 업계에선 활발한 투자의 배경을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로 꼽는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8세 이하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을 일주일에 3시간으로 제한했다. 관영매체가 텐센트의 인기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를 일컬어 ‘정신적 아편’이라고까지 표현했을 정도다. 텐센트와 넷이즈는 지난해 7월부터 올 8월까지 1년 넘게 신규 게임 허가(판호)를 발급받지 못했다. 2년 넘게 이어지는 중국 내 도시 봉쇄령으로 개발자들이 출근을 제대로 못 해 게임 신작 개발도 늦어지고 있다. 자국에서 손발이 묶인 텐센트는 지난 2분기 18년 만에 첫 마이너스 분기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CNBC는 “자국에서 압박을 받는 두 업체(텐센트, 넷이즈)는 글로벌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韓 “탈중국”, 日 “모바일 공략”

일본의 대표 게임 업체인 소니의 인수 전략은 다른 속내를 갖고 있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다양한 게임 타이틀을 앞세워 콘솔 게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잠재력이 큰 모바일로 영역 확장에 나서는 것이다. 소니는 지난달 인수한 유럽 모바일 게임 개발사 ‘새비지 게임 스튜디오’를, 신규 출범시킨 플레이스테이션 모바일 사업부에 편성할 계획이다. 외신들은 “소니가 전 세계 게임 시장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모바일 게임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소니는 콘솔 시장에 넷플릭스 같은 게임 구독 모델을 적용하기 위한 대형 인수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유명 슈팅게임 ‘헤일로’ 개발사로 유명한 미국 게임사 번지를 36억달러(약 5조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콜 오브 듀티’로 유명한 게임 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게임 구독 시장에 도전장을 내자, 소니가 번지 인수로 반격하면서 게임 구독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양새”라고 했다.

한국 게임 업체들은 중국이 한한령을 빌미로 수년째 판호를 제대로 내주지 않자, 제3의 해외시장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북미와 인도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인도 스포츠게임 전문 개발사 ‘노틸러스 모바일’에 540만달러(약 65억원)를 투자했다. 크래프톤이 재작년 인도에 자회사를 설립한 이후 누적 현지 투자액만 이미 1000억원에 달한다. 넷마블은 지난 7월 2조5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소셜카지노 게임 업체 ‘스핀엑스’를 인수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 업계의 북미·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콘솔 게임 개발사 인수도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