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10시 30분 충북 청주의 LS일렉트릭 공장. 고해상도 카메라가 부착된 로봇팔이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초당 세 번씩 방향을 바꾸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로봇팔은 조립된 차단기(전력 과부하를 자동 차단하는 장치)를 각도를 달리하며 7번씩 촬영하고 그 이미지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다. 제품에 깨진 곳이나 이물질은 없는지 ‘불량 검사’를 하는 것이다. 판정에 걸리는 시간은 단 2.5초. ‘합격’ 판정을 받은 제품은 전력 용량별로 구분해 각각 운반용 박스에 담긴다. 집게 달린 로봇이 제품을 수십 개씩 들어 올린 뒤 박스에 가지런히 정리해 담는다.
매년 3800만개 차단기 및 전력개폐기를 생산하는 이곳은 2015년 지금과 같은 스마트공장으로 변신했다. 부품 공급부터 조립·운반·포장 모든 공정에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했고, 생산라인에서 생기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스스로 공정을 개선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지난달 29일 이곳을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에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을 적극 도입해서 세계 제조업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뜻한다. 2019년 포스코가 선정된 후 국내에서는 두 번째다.
◇빅데이터·자율주행… 모든 공정은 로봇이
이날 찾은 LS일렉트릭 청주 공장 생산 라인에선 로봇이 운반기에서 부품을 집게로 집어 들어 초(秒)당 1개 속도로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리고 있었다. 로봇이 나사를 박아 넣어 조립한 부품은 불량 판정과 포장을 거친 뒤, 어른 키만 한 대형 로봇팔이 크기별로 나눠 분류한다. 운반은 자율주행 로봇으로 한다. 곳곳에서는 운반용 카트처럼 생긴 구내 물류 로봇 13대가 컨테이너밸트로부터 제품이 담긴 박스를 넘겨 받아 공장 내부를 활보하고 있었다.
이 공장이 기존 자동화 공장과 가장 다른 점은 ‘스스로 진화한다’는 점이다. 진화의 원동력은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생산라인당 하루 50만건씩 수집되는 데이터다. 예컨대 특정 라인에서 불량이 발생했다면, AI가 이 정보를 불량이 나오지 않은 다른 생산 라인의 나사 조립 강도 등과 비교하고 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다. 김선환 스마트생산기술실 실장은 “공장의 모습은 매일 똑같지만 하루하루 진화한다는 점에서 매일 다른 공장으로 달라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에선 평균 10.8초 만에 제품 1개가 생산된다. 스마트 공장이 되기 전 평균 19~20초당 1개에 비하면 생산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반면 과거 제품 100만개당 100여개씩 나왔던 불량은 스마트 공장 도입 직후 7개 수준으로 감소했고 이제는 4~5개로 줄었다. 고객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사실상 사라졌다.
2015년 라인당 8~9명이던 근무자는 지금은 라인당 1명으로 줄었다. 현재 공장 근무자 40여 명은 로봇이 정상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점심시간 직원들이 모두 빠져나가 공장 불이 꺼진 뒤에도, 생산 라인은 쉼없이 돌아가며 제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청주 공장은 스마트 공장 된 뒤 생산량은 160% 늘고, 에너지 사용량은 60% 줄었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세계 시장 규모, 내년도 141조원으로
스마트공장의 가장 큰 장점은 무인화·자동화뿐 아니라 빅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다.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하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고 AI를 활용해 작업자 개입 없이도 공장 운영이 가능해진다.
국내 제조업계도 이미 ‘스마트화’ 시대로 진입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LG전자 창원공장이 꼽힌다. LG전자는 지난 16일 경남 창원 가전 생산 라인 일부를 자동화한 스마트 공장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총 8000억원을 투자해 창원1사업장 전체를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통한 사전 품질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오는 2024년 사업장 전체를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
제조업 미래를 밝히는 혁신 공장이라는 의미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2018년부터 매년 두 차례 글로벌 컨설팅펌 맥킨지와 공동 선정한다. 전 세계 총 90개 기업이 선정됐고, 한국에선 2019년 포스코가 등대공장에 처음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