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회사원 권현용(37)씨는 요즘 퇴근 후 자신의 원룸 집에서 복싱 연습을 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직구로 구입한 스마트 복싱 연습 기기 ‘파이트캠프’를 거실에 설치해 매일 훈련하는 것이다. 고성능 센서가 탑재된 글러브를 양손에 끼고 샌드백을 치면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로 연결된 스마트폰과 TV 화면에 펀치 횟수와 속도가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온라인 수업으로 자세 교정도 해주고, 사용자 수준에 따라 훈련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초보자도 쉽게 복싱에 입문할 수 있다. 권씨는 “동네 복싱장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을 해야 해서 숨이 차고 답답했는데 집에선 편하게 할 수 있어 월 4만원이 넘는 서비스 구독료에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다중 시설 이용이 제한되면서 첨단 기술과 결합한 홈트(홈트레이닝) 제품들이 뜨고 있다. 일부러 헬스장이나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운동 시설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편하게 운동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내 집이 곧 헬스장

미국 홈트레이닝 스타트업 카본이 개발한 ‘카본 트레이닝 시스템’은 집에서 스마트 거울을 보면서 가상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4K 화질의 터치 스크린 거울을 보면서 피트니스·요가 운동을 하면 거울에 탑재된 광각(廣角) 카메라, AI(인공지능)가 사용자의 동작을 분석해준다. 거울 화면을 통해 목표 운동량과 올바른 동작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음성 명령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도 있다. 미국 잭스족스의 케틀벨커넥트는 1개의 케틀벨(쇠로 만든 공에 손잡이를 붙인 중량 기구)로 여러 무게의 중량 운동을 할 수 있다. 케틀벨에는 6파운드(약 3kg) 무게의 추가 7개 달려있는데 사용자가 케틀벨 거치대의 버튼을 눌러 무게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추를 뗐다가 붙였다 하는 식으로 무게가 조절된다. 헬스장처럼 역기를 무게별로 구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전용앱으로 운동 강도와 휴식시간을 기록할 수 있다.

움직임이 많은 구기 종목도 AI의 도움을 받아 연습할 수 있다. ‘홈코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농구 연습하는 장면을 촬영하면 AI가 농구공의 움직임을 추적해 화면에 올바른 공 드리블 높이를 표시해준다. 사용자는 화면에 표시된 점이 있는 곳으로 공을 튀겨서 잡으면 된다. 드리블뿐 아니라 점프력·순발력 훈련도 가능하다.

홈트에 항상 거창한 기구나 값비싼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다. 애플은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운동관리 서비스를 해주는 ‘피트니스 플러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트레이너의 훈련 영상을 보면서 몸을 움직이면 스마트워치에 심박수와 목표 운동량이 표시된다.

국내 통신 업체들도 TV를 활용한 홈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0월 TV로 요가·필라테스 강사로부터 자세 교정을 받으며 운동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서비스 앱 스마트홈트를 선보였다. SK브로드밴드는 홈트레이닝 서비스 ‘B tv 핏데이’를 서비스 중이다. 운동할 때 코치가 정확한 운동 자세와 동작을 모두 음성으로 설명해준다. KT는 AI스피커를 통해 7000개의 홈트레이닝 콘텐츠를 제공한다.

◇게임처럼 즐기고, 온라인으로 친구와 함께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하면 지루해지기 쉽다. 이 때문에 최근엔 게임을 하듯 즐기면서 실내에서 운동할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블랙박스VR’은 사용자가 VR(가상현실)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화면 속 게임을 한다. 양 손목에 센서가 적용된 밴드를 착용하고 팔을 휘두르거나 스쿼트(앉았다 일어섬) 동작을 하면 게임 속 악당이 하나씩 없어지는 식이다. 온라인으로 친구와 연결해 대결도 가능하다. 일본 닌텐도의 콘솔게임기 스위치 ‘링피트 어드벤처’는 다리에 센서를 착용한 상태에서 제자리에서 뛰거나 팔로 게임 조작 기기를 움직이는 동작을 반복해 게임을 진행한다.

가상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운동하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글라스(안경) ‘고스트 페이서’는 고글같이 생긴 안경을 쓰면 눈앞에 자신과 함께 뛰는 파트너를 가상으로 만들어 보여 준다. 평소 사용자의 주행 기록을 기반으로 미리 설정된 속도로 달리는 가상의 페이서(함께 달리는 사람)를 구현하기 때문에 누군가 내 달리기 속도에 맞춰 함께 달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내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거나 혼자 운동장·도로를 달릴 때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헬스앱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걸음 수와 이동 거리를 지인과 공유해 경쟁하듯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미국 펠로톤의 스마트 실내 자전거는 기기 앞에 달린 화면을 통해 강사 강의를 들으면서 운동하거나, 다른 사람과 자전거 경주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