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동통신 가입자가 7000만명을 돌파했다. 1984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텔레콤의 전신)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지 36년 만이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한국 이동통신 가입자는 7000만6170명으로 집계됐다. 4G(4세대) LTE 서비스가 5454만, 5G가 866만, 3G가 620만, 2G가 61만이다. 한국 인구는 9월 말 기준으로 5184만명이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전체 인구보다 35% 많다는 얘기다. 갓난아이까지 휴대전화를 가졌다고 가정하고, 휴대전화를 2~3대씩 들고 다니는 사람까지 감안하더라도 7000만명은 많은 숫자다. 어떻게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가 7000만명에 달할까.
◇기업들 ‘사업용 회선’이 1290만개
지난달 정부가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안을 마련할 때도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왜 이리 많으냐”며 논란이 됐다.
엄밀히 말하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실제 사람의 수가 아니라 통신 회사가 집계한 ‘가입 회선 수’다. 가입 회선은 과거 유선 전화 한 대당 선을 하나씩 깔아줘야 하는 데서 유래한 개념이다. 전화기 한 대가 곧 가입자 1명을 의미하던 시절이다. 이동통신 탄생과 함께 물리적 전화선은 사라졌지만, 가입 회선이라는 개념은 계속 남았고 지금도 가입자 수를 산정하는 데 쓰이고 있다.
가입자 수 7000만명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 눈에 띈다. 기업들이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기반해 사업·산업용으로 이용하는 회선(단말기)이다. 8월 말 기준 1290만개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훨씬 넘는 가입자 7000만명이 가능한 이유다. 과거 손안의 휴대전화에 그치던 이동통신 서비스가 급속한 IoT 발전으로 사업·산업용이 많이 증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른바 ‘원격 관제’에 쓰이는 회선이 가장 많다. 총 506만개다. 가로등을 켜고 끄는 장치, 다리⋅댐 같은 공공 시설물의 안전을 점검하는 장비에 연결된다. 성범죄자 등 흉악범이 차는 전자발찌도 있다. ‘차량 관제’ 기기가 308만개로 뒤를 잇는다. 블루링크·우보 등 차량의 텔레매틱스(차량 정보 시스템) 장치, 호출 택시용 단말기, 렌터카의 추적·점검 장치 등도 이동통신 가입자에 포함되는 것이다.
휴대용 카드 단말기(무선 결제 장치·100만대), 휴대용 와이파이 핫스팟(포켓파이·21만대)도 7000만명에 포함된다. 이 밖에 3G·4G 접속이 가능해 보험이나 배송 영업에 쓰이는 태블릿PC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착용 가능) 기기가 353만대로, 이 중 80% 정도가 사업용 기기로 파악되고 있다.
◇산업·사업용 회선만 늘어난다
사업·산업용 회선을 제외한 일반 고객의 순수 휴대전화 가입 회선은 총 5609만개다. 통신 업계는 개인이나 법인이 자기 명의로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가진 것을 뺀 실제 ‘가입 인구’는 5000만명 내외로 파악하고 있다. 유·아동을 제외하고 외국인을 포함한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이 이동통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 순증(純增)은 모두 사업·산업용 회선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사업·산업용 가입 회선은 1053만개에서 1290만개로 23%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스마트폰과 피처폰 가입 회선은 5629만466개에서 5614만2585개로 완만한 변화를 보였다.
통신 업계는 “인구 증가와 이동통신 기기 보급률 확대에 따른 가입자 증가는 사실상 멈췄다”고 판단한다. 통신 회사들이 일제히 기업 시장(B2B)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공장 자동화와 자율주행차, 배달 로봇, IoT 등 분야에서 5G와 AI(인공지능)를 결합한 서비스를 앞다퉈 만들어내 이를 기업과 정부에 판매함으로써 더 많은 가입자를 창출하려 하는 것이다.
한 통신 회사 고위 임원은 “IoT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B2B 가입 회선의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르면 2025년 이전에 이동통신 가입자 수 1억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