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해외 IT(정보기술) 기업의 횡포에 맞서 국내 기업과 소비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불성실한 요금 안내에 중도 환불까지 거부한 구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의 문제점을 밝혀내 변화를 이끌어냈고, 서비스 속도를 느리게 만든 페이스북과는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1을 일으켜 통신망에 큰 부담을 주면서도 아무런 비용 부담을 지지 않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에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런 정부의 노력이 ‘우려스럽다’는 말이 나옵니다. 자칫 우리나라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해외 기업을 차별하는 국가로 비칠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이 WTO(국제무역기구)와 FTA(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한 자유무역 덕분에 성장한 국가란 점에서, 자기모순적이란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방통위와 과기정통부의 의도는 외국 기업을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닙니다.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이 동등한 환경에서 ‘공정하게’ 사업을 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구글 유튜브 프리미엄의 경우, 해외에선 부가세 제외 가격 표시나 중도 환불 불가가 문제가 안 된다지만, 한국에선 예외 없이 모든 IT 기업이 부가세 포함 가격을 제시하고, 중도 환불도 해줍니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들은 국내 통신업체에 연간 수백억 원의 전용망 사용료를 내며 국내 인터넷 인프라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를 합친 것보다 몇 배 이상 많은 트래픽을 일으키는 구글이나 넷플릭스가 상응하는 비용을 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진짜 걱정은 다른 데 있습니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의 잣대가 자주 오락가락한다는 겁니다. ‘남의 편’에겐 서릿발처럼 엄하다가도, ‘우리 편’에겐 한없이 관대합니다. 지금 방통위와 과기정통부의 칼날 앞에 선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가, 어느 날 편이 바뀌면 ‘칼날 뒤’에 서지 말란 법도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