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중단됐던 해외여행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항공주와 여행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항공 화물 운임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항공주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고 있다.

23일 아시아나항공(16.1%)을 비롯한 항공사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대한항공이 4% 가깝게 상승했고, 진에어(3.6%), 제주항공(3.2%), 티웨이항공(3%), 에어부산(19.1%)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주가도 모두 올랐다. 모두투어(5.3%)와 하나투어(2.6%) 등 여행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앞으로 해외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우선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이 먼저 풀릴 것이라는 점에서 여행사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증권업계는 분석한다.

◇항공주, 여객·화물 모두 청신호

NH투자증권은 이날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3만9000원에서 4만3500원으로 올렸다. 항공 화물 운임 상승세, 중장거리 노선 여객 수요 회복, 여객 운임 상승 등을 근거로 주가 전망치를 높인 것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미주 노선 여객은 2019년 월평균 여객의 30%까지 회복되면서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고, 3분기 원화 기준 국제선 운임은 2분기 대비 14%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3분기에도 항만 적체로 컨테이너 운송 차질이 계속되고 동남아 주요 국가의 국경 봉쇄, 상하이 공항 운영 차질 등의 영향으로 항공 화물 운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계열사 부당 지원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올랐고, 이 때문에 5~7월 약 7주간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었다. 악재로 인해 주가가 억눌렸던 만큼,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가파르게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1월부터 미국행 비행기를 쉽게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항공주가 상승 기류를 타게 만들었다. 미국은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자가 해외에서 미국으로 입국할 때 적용했던 제한 조치들을 11월부터 완화할 계획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유럽연합(EU)과 영국, 인도 등 33국을 거쳐온 대부분의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제한해왔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사이판을 대상으로 한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제도’를 이용하는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는 것도 해외 여행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 트래블 버블은 백신 접종을 마친 여행객을 대상으로는 자가격리 등을 면제해주는 국가 간 협정이다. 트래블 버블이 단체 여행을 대상으로만 허용되기 때문에 해외 여행이 재개되는 국면에서는 여행사들도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편이다.

항공주는 대면 경제 활동 재개에 따라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리오프닝주’다. 6월에는 해외 여행 재개 등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다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상승세가 주춤했었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꾸준히 오르면서 다시 항공주를 중심으로 리오프닝주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언제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질지는 미지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이판 이외 지역과도 트래블 버블을 맺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잘 진행되다가 감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흐지부지된 것처럼 언제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가능해질지는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관련 주도 주가 급상승

23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관련 주’로 분류된 종목도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22일(현지 시각) 미국 넷플릭스 전체 1위를 차지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콘텐츠 유통 업체인 버킷스튜디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8% 상승했다. 이 회사가 오징어 게임의 주연 배우인 이정재의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가 몰린 것이다.

영화 배급사인 쇼박스의 주가도 25.9%나 올랐다. 쇼박스가 과거 오징어 게임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에 투자를 한 적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쇼박스 측은 “회사의 지분을 얻기 위한 투자도 아니었고, 오징어 게임이라는 콘텐츠와도 관련이 없는 투자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인한 수익이 쇼박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