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본보기가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본 콘텐츠는 광고성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남성 셔츠 전문 기업 덕양무역의 김기상 대표. /더비비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이다. 노화에 따라 기억력이 줄어들고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은 천천히 그 역할을 내려놓는다. 자극의 양이 줄어드니 시간의 밀도가 낮아지고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미국 듀크대 애드리안 베얀 교수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과 마음으로 느끼는 마음의 시간이 같지 않다는 걸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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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은 우리 몸의 피부를 타고 흘러 주름으로 남는다. 남성 셔츠 전문 기업 덕양무역 김기상 대표(73)는 주름을 펴는 일에 한 평생을 바쳤다. 본래 구김이 잘 가는 면에 화학물질 가공 공정을 더해 다림질이 필요없는 셔츠를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김 대표의 얼굴엔 훈장처럼 주름이 남았다. 김 대표를 만나 셔츠 하나로 세상을 주름잡은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삼성 임원의 꿈을 접어야 했던 이유

1990년 세워진 덕양무역은 미국·캐나다·스페인 등에서 제작 의뢰를 받아 남성 셔츠를 제작하다 2017년 자체 브랜드 ‘어반트’를 만들어 국내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덕양무역

덕양무역은 남성 셔츠 전문회사다. 주로 미국, 캐나다, 스페인 등에서 제작 의뢰를 받아 미얀마, 베트남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스토어인 TBI(Tailored Brand)와 스페인 최대 백화점인 엘 코르테 잉글레스(EI Corte Ingles) 등이 주 거래처다. 글로벌 셔츠 누적 판매량은 7000만장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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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는 자체 브랜드 ‘어반트(URBANT)’를 만들어 국내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구김 방지 효과가 있는 논아이론(Non-Iron) 원단에 특허받은 솔기 테이핑 공법을 더해 다림질이 필요 없는 셔츠를 만들었다. 2024년 전체 매출액 320억원 중 215억원이 특허 공법을 적용한 제품 판매에서 나왔다.

(왼쪽부터) 1980년 삼성물산 입사 당시의 모습과 2023년 현재의 김기상 대표. /김 대표 제공, 더비비드

1980년 군 제대 후 삼성물산 수출용 남성 셔츠 부서에 영업 보조로 입사했다. “들어가자마자 상사가 ‘영어 못하면 그만둬야 된다’고 하더군요. 당시 삼성물산 셔츠는 전량 해외로 수출됐습니다. 주 거래처인 미국·일본 바이어들과 직접 대화해야 하는 일이 잦았죠. 그때부터 묵직한 영어사전과 일본어사전을 양 옆구리에 끼고 다녔습니다.”

3년 만에 ‘보조’ 딱지를 떼고 직접 거래처와 상담할 수 있게 됐다. 바이어와 대화가 끝나면 곧장 공장으로 달려갔다. “자체 공장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모두 외주로 생산하고 있었는데요. 공장이 ‘갑’이었습니다. 주문을 빨리 넣어도 더 높은 가격을 부른 업체가 있으면 우리 일감을 제쳐놓고 다른 업체 셔츠를 먼저 만들었죠. 공장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밥도 사면서 납기를 꼭 맞춰달라고 수시로 당부해야 했습니다.”

입사 7년차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짜장면 한 그릇에 400원하던 시절이었어요. 세계 35개국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당시 돈으로 셔츠만 1년에 3500만달러 어치를 수출했습니다. 원화로 따지면 280억원 정도였죠. 언젠가 1억달러 수출을 하고, 사업부장(임원)까지 올라가겠다는 목표를 가졌습니다.”

(왼쪽부터) 사업 자금으로 쓰라며 대가 없이 2만달러를 쥐어준 선배와 김 대표. /김기상 대표 제공

88올림픽 이후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외화 유입으로 환율이 700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무의미해졌고 수출할수록 적자가 쌓였다. “수입 담당자들이 회사의 충신이 되고, 수출 담당자는 역적이 되더군요. 수출용 셔츠 담당 부서가 공중분해 되면서 팀원들이 다른 관계사로 재배치됐어요. 대책 없이 사직서를 냈습니다.”

뭘 하며 먹고 살아야 하나 싶었을 때, 스웨덴 바이어가 셔츠 3000장을 2만달러에 사고 싶다며 연락을 했다. “때마침 먼저 퇴사해 미국에서 사업을 하던 선배가 사업 자금으로 쓰라며 대가 없이 2만달러 짜리 수표를 덜컥 써주더군요. 여기에 퇴직금 1000만원을 더해 직원 2명과 함께 ‘덕양무역’ 문을 열었습니다.”

◇덕양무역 1호 공장은 중국 청도

2002년 공장 설립을 위해 방문했던 중국 청도에서 김 대표(오른쪽). /김기상 대표 제공

사업 초기 타깃은 국내 시장으로 잡았는데, 사업이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수출 기회도 노리게 됐다. “부산 거래처의 소개를 받아 일본으로 처음 수출길을 열었죠. 사업자금을 보태줬던 선배와의 인연으로 1995년부터 미국에도 셔츠를 판매했어요. 그해 일본 수출액만 해도 700만달러가 넘었습니다.”

수출 물량이 늘면서 수출로 사업 중심을 옮겨갔다. 마음 먹기 무섭게 장애물이 나타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할 때 ‘쿼타(Quota)’라고 부르는 품목별 할당 수량이 있었어요. 후발주자인 저는 쿼타를 가진 회사들에게 빌려서 거래했었죠. WTO(세계무역기구)체제에 들어서면서부터 쿼타가 사라졌어요. 할당량이 없으니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해졌습니다. 인건비가 낮은 곳에 공장을 세워야겠다고 결심했죠.”

중국 청도에서 설립한 ‘한덕복장유한공사’. 볕이 잘 드는 남쪽으로 정문을 냈다. /김기상 대표 제공

2004년 4월 중국 청도에 ‘한덕복장유한공사’란 이름으로 공장을 설립했다. “뭐 하나 쉬운 게 없었어요. 공장을 세울 때 정문을 남쪽으로 내고 싶다고 했더니 중국 한족 관료들이 ‘수도가 북경이니까 북쪽으로 내라’더군요. 옆에 있던 조선족 직원에게 강하게 어필해달라고 통역을 부탁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중국 내에선 한족이 권력을 쥐고 있어 조선족은 한족에게 큰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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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셔츠 시장에는 ‘논아이론’ 바람이 불었다. “리퀴드암모니아(LA) 등 형태 유지, 주름 회복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원단에 입혀 구김이 덜 가도록 만든 가공 섬유에요. 중국 내 논아이론 생산 공장을 수소문하다 화학물질 회사 담당자를 만났는데요. 이 기술자가 한국의 방적 회사에서 일한 적 있다며 너무 반가워하더군요. 그러면서 화학물질 배합 비율과 추가 공정에 필요한 기계 목록을 모두 전수해줬어요. 정말 운이 좋았죠.”

구김에 취약한 면의 성질을 바꾸기 위해 리퀴드암모니아 등 주름 회복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원단에 입혔다. /덕양무역

면은 본래 구김이 생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성질을 바꾸기 위해 물, 리퀴드암모니아 등 7가지 물질을 배합한 액체와 옷을 드럼 세탁기처럼 생긴 통에 넣고 섞어준다. 액체가 면에 충분히 스며들었을 때 꺼내 말리고 프레스 기계로 눌러준다. 150도 사우나 같은 공간에 7~15초 정도 넣었다 빼 열처리를 한 후에 습도 60%인 곳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 모든 단계 이후 세탁, 포장까지 마치면 판매 준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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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공정을 거친 타사 제품과 단 한 가지라도 다르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름 방지 효과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박음질한 부분에 지지대를 덧대보기로 했어요. 솔기에 테이핑을 부착하니 셔츠가 마치 옷걸이를 끼워둔 것처럼 형태를 잘 유지했습니다. 2007년 이와 관련한 특허를 등록하고 제품에 그대로 반영했죠.”

◇미얀마에 도박을 걸었다

2011년 4월부터 미얀마 양곤 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리기 시작했다. /덕양무역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다시 이삿짐을 싸기로 결심했다. “중국보다 더 조건이 좋은 생산지를 찾아 나섰어요. 후보지를 직접 볼 겸 동남아시아로 출장을 자주 다녔습니다. 미얀마에서 비행기를 내리고 보니 일본 시내버스가 떡하니 서 있더군요. 일본 구형 버스를 저렴하게 들여와 비행기에서 공항까지 이동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었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그 순간 ‘여기에 공장을 짓자’고 마음먹었어요. 일본 버스만 보고 반발심 같은 게 생겼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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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양곤 공장 설립에 50억원을 투자했다. 2010년 완공 후 2011년 4월부터 재봉틀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상 도박이었어요. 2002년부터 아웅산 수치 인권 문제로 미국에서 미얀마에 무역 제재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이 제재가 2013년에 풀리고 나서야 비로소 숨통이 트였습니다.”

어반트 셔츠는 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다, 일본, 스페인 등에서 인기가 좋다. 2024년 연매출은 320억원이다. /덕양무역

2016년 매출 334억원을 달성했다. 미국, 캐나다, 스페인, 일본 등에서 의뢰를 받아 셔츠를 생산했다. “스페인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직접 볼 겸 백화점에 간 적이 있는데, 한국인 관광객이 우리가 만든 셔츠를 사고 있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국내 판매를 위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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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뜻으로 브랜드명을 ‘어반트’로 지었다. 다른 구김 없는 셔츠는 많다. “저가형 제품은 애초에 구김이 가지 않는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의 함유량을 30~40%까지 높이는 방식을 취합니다. 주름은 방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통기성이 부족해 땀을 잘 배출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죠. 우리 셔츠는 천연섬유인 면 함유량을 95% 이상으로 맞췄습니다. 구김이 잘 간다는 단점만 쏙 뺐어요. 미국섬유화학염색협회의 DP(형태 고정 가공) 등급에서 이지케어, 링클프리보다 높은 3.5등급을 받았습니다.”

◇돈으로 산 신뢰

평생을 수출로 먹고 산 무역 전문가에게도 코로나는 일생일대 위기였다. 하지만 늘 그랬듯 임기응변을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더비비드

평생을 수출로 먹고 살았다. 생각지 못한 변수가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2021년 무역 경색이 풀리면서 ‘검사, 판사 위에 선사(船社)있다’는 말이 생겼어요. 해운 회사가 슈퍼갑이 됐다는 얘기죠. 셔츠를 다 만들어놓고도 실을 배가 없어서 못 보냈습니다. 결국 납기를 맞추려다 어쩔 수 없이 비행기에 실어보냈죠. 미국 바이어가 ‘항공사랑 제휴맺었냐’고 묻더군요. 비행기 운송비용이 선박의 몇배에 달하니까요. 물론 제휴 맺은 게 아니죠. 그 막대한 운송비로 바이어의 신뢰를 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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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20명, 미얀마 공장에는 1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2024년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직 성에 안 찹니다. 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연매출 1200억원 회사로 키우고 싶습니다. 달러로 치면 1억달러 정도죠. 최근 여성 셔츠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어요. 여성 셔츠도 남성 셔츠만큼 다양한 라인업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셔츠 하나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잘 만들 자신이 있어요.”

본 기사에 소개되는 제품의 가격에는 조선몰 운영 등에 필요한 판매수수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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