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선박·차량 등 산업 기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65% 이상이 열로 손실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 소재를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재료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학계는 이 기술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이정오 책임연구원과 조동휘·이예리 선임연구원 연구팀과 전석우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이 물체 간 온도 차이로 발전이 가능한 열전 소재를 값싸고 친환경적인 재료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화학연에 따르면 공동 연구팀은 비싸고 독성이 있는 기존 열전 소재 대신, 구리 기판에 값싼 황을 용액 형태로 처리한 구리 황화물 나노 구조의 박막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인포멧에 11월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최근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 소재 연구가 활발하다. 현재 상용화된 열전 소재인 비스무스 텔루라이드(Bi₂Te₃), 리드 텔루라이드(PbTe) 등 합금 소재는 열전 성능 지수(ZT) 값이 1 이상의 높은 열-전기 변환 효율을 보인다. 그러나 비싸고 독성이 있어 대량 생산이나 친환경 에너지 발전에는 어려움이 컸다.
연구팀은 인체에 무해하고 값싼 구리 황화물에 주목했다. 먼저 미세한 두께의 결정성 구리 호일을 황 용액에 담근 뒤 구리 황화물이 결정화될 때까지 온도, 시간, 반응 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해 구리 황화물의 성장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
이 제조 방식은 기존의 화학적 합성법으로 구리 황화물 나노입자를 만드는 방법보다 더 간단하고, 생산 속도도 빠르다. 표면에 작은 구멍이 뚫린 미세 기둥들이 자라나, 빼곡한 오리털처럼 열 이동을 막아준다. 열이 일부 구역에만 맴돌며 찬 구역과 온도 차이가 오래 유지될수록 열-전기 변환 효율은 높아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리 황화물 나노 구조 박막은 구리 호일을 빠르게 넓은 부분을 조각하는 공정을 거쳐 유연 기판을 비롯한 다양한 기판에 잘라내 붙일 수 있다. 300~400℃ 높은 온도의 에너지가 발생하는 기계의 폐열 회수,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의 최첨단 에너지 수확 시스템 등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구리 황화물 박막을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을 적용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장갑에 적용해 무선 온도 탐지 기능을 추가한 스마트 장갑을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기존 상용 소재보다 저렴한 재료로 원하는 구조를 정밀하게 만들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성“이라며 “친환경 열전 박막 소재가 폐열 회수 시장 개척과 웨어러블 기기 제품 혁신으로 이어져, 미래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InfoMat(2024), DOI: https://doi.org/10.1002/inf2.12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