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코로나 증상이 더 심하다고 알려졌다. 이번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A형 혈액형 항원에 더 잘 결합한다고 실험으로 입증됐다./pixabay

혈액형이 A형인 사람은 다른 혈액형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서 코로나 환자의 증상이 혈액형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알려졌는데 이번에 그 이유가 혈액형에 따라 바이러스 결합력이 달라지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하버드 의대 브리검여성병원의 신 스토웰 교수 연구진은 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첨단 혈액’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A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의 기도 세포에 더 잘 결합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도를 통해 호흡기에 감염된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A형 혈액형인 사람은 코로나에 더 잘 걸린다고 볼 수 있다.

◇바이러스가 A형의 호흡기 세포에 더 잘 결합

코로나 감염이 혈액형과 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과학자들은 코로나 환자의 증상이 혈액형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지난해 6월 독일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혈액형이 A형이면 다른 혈액형보다 코로나 중증과 호흡부전을 겪을 위험이 50% 높으며, O형인 사람은 반대로 중증 위험이 50% 낮았다”고 밝혔다. 당시 코로나 환자 1610명과 헌혈을 한 1300여명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코로나와 혈액형 사이의 상관 관계가 혈액형을 결정하는 항원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항원은 면역단백질인 항체를 유도하는 물질이다. ABO식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의 항원에 따라 결정된다. A형 항원을 가지면 A형 혈액형, B형 항원은 B형, 항원이 둘 다 있으면 AB형, 모두 없으면 O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 돌기인 스파이크에 있는 수용체 결합 도메인(RDB, 가운데)은 호흡기 세포의 혈액형 항원 중 A형(아래)에 더 잘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하버드대

스토웰 교수는 먼저 갈렉틴이라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탄수화물과 결합해 글리칸이 된다. 연구진은 갈렉틴 단백질이 특정 혈액형의 항원에 더 잘 결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갈렉틴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있는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과 구조가 비슷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RDB를 인체 세포에 결합시키고 그 안으로 침투한다.

스파이크의 RDB가 갈렉틴과 같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도 혈액형에 따라 결합력이 달라진다고 볼 단서를 찾은 것이다. 게다가 혈액형 항원은 적혈구 표면뿐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주로 침투하는 허파 같은 호흡기 세포에도 있다.

연구진은 합성 혈액형 항원를 코로나 바이러스에 실험했다. 그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적혈구 표면의 혈액형 항원에는 종류에 상관없이 잘 결합하지 않지만, 호흡기 세포의 혈액형 항원은 A형에 더 잘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O형이 코로나에 강한 것은 항체 덕분

다른 과학자들은 코로나가 혈액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혈액형 항원뿐 아니라 항체와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서던 덴마크대의 토벤 바링턴 교수는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은 침에 항체가 많아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ABO식 혈액형에서 항체는 항원과 반대다. 항체가 B형이면 혈액형이 A형, A형이면 혈액형이 B형이다. 항체가 둘 다 없으면 혈액형이 AB형이고. A형 항체와 B형 항체를 모두 가지면 혈액형이 O형이다. 결국 혈액형 O형은 헝체가 다른 혈액형보다 많아 코로나 감염에 강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