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아이파크’ 주민들은 배달 음식을 주문하면 로봇이 동(棟) 앞까지 음식을 가져다준다. 배달의민족과 제휴를 맺어 단지 앞 스트리트형 상가 내 음식점에 주문하면, ‘딜리 드라이브’라는 로봇이 배달하는 방식이다. 배달료는 무료다. 작년 8월 서비스가 도입되고서 주민들이 6000번 넘게 이용했다. 배달의민족 측은 “단지 앞 상가를 자주 이용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말했다.

집 앞에 온 배달로봇 경기도 수원시 ‘광교 아이파크’에선 입주민이 단지 내 상가에 음식을 주문하면 로봇이 대신 배달한다. 입주민의 살림 편의를 돕는 다양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설사와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리나 청소, 세차처럼 입주민의 살림을 대신 해주고, 각종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호텔에서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가 아파트에 도입되면서 건설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특화 상품’으로 내세우던 컨시어지 서비스가 최근에는 지방이나 임대아파트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일부 건설사는 입주민 주거 서비스를 돕는 별도 브랜드를 신설해 신사업으로 키우는가 하면 아파트 입주민 상대 컨시어지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도 여럿 생겼다.

◇”얼마나 편하게 살 수 있느냐”가 기준

올해 3월 입주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입주민은 ‘자이안비’ 서비스를 통해 청소 대행, 세차, 반려동물 산책 등 집안일 대행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GS건설은 작년 12월 일부 단지에만 제공하던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합해 자이 브랜드 단지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건설은 입주민들이 간편식 주문, 집 안 정리와 수납, 입주 청소, 반려동물 미용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 중이다. 한화건설은 코로나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에 착안, 서울 영등포구 ‘포레나영등포센트럴’에서 문 앞까지 도착하는 배달 로봇을 도입했다.

건설사들이 입주민 살림 대행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수영장이나 피트니스센터 등 아파트 단지 내 편의시설만으로는 경쟁사와의 차별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입주민이 일상생활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서비스로 아파트의 상품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장석봉 GS건설 건축주택마케팅팀 책임은 “앞으로는 아파트 외관이나 내부 평면, 인테리어보다 ‘어떤 아파트에서 사는 게 더 편하냐’는 입주민 만족도가 건설사의 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임대아파트도 컨시어지 서비스 경쟁

중견 건설사 대원은 컨시어지 서비스 전문 스타트업 프런트9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충북 청주의 ‘칸타빌’ 아파트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런트9는 서울 강남과 경기 용인, 대구 등 전국 496개 아파트 단지에서 반찬 배송, 반려동물 간식 구매, 꽃·그림 등 인테리어 소품 대여를 하고 있다. 박문근 프런트9 대표는 “방충망이나 문고리 같은 소모품 수리로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컨시어지 서비스 스타트업 쏘시오리빙은 ‘동탄SK뷰파크’, ‘전주에코시티데시앙’ 같은 민간 임대아파트와 오피스텔에서 컨시어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조식 배달 서비스부터 인근 양계장과 연계해 계란 공동구매 서비스도 제공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올해 1월 전국 1000여 개의 아파트 단지에 입주민 편의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모빌을 인수해 컨시어지 기능을 강화했다. 부동산 전문가인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아파트 단지에 편리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한 게 효과적인 분양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