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에서 작년 3월 한식 뷔페를 개업한 민모(37)씨는 최근 반찬 판매도 시작했다. KT의 상권 분석 서비스 ‘잘나가게’로 분석했더니 평일 유동 인구 중에는 한식 소비가 적은 30대가 많은 반면, 식당 주변 거주 인구 중에는 40대 여성이 많아 반찬을 팔면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 주말엔 40~50대 남성 유동 인구가 는다는 분석에 주말 메뉴를 따로 내놨다. 주변 공장 지역에서 배달 주문이 많다는 통계를 보고 광고 전단도 돌렸다. 민씨는 “데이터 덕분에 소비자를 세분화하고 그에 맞춰 서비스와 메뉴 구성을 바꾸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장사를 할 때 ‘감’ 대신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장님’이 늘고 있다. KT 같은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데이터를 가공해 상권과 매출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 손님 중 단골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특정한 날짜에 손님이 얼마나 올지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코로나 이후 상권과 유동 인구가 예전과 크게 달라지면서 서비스 이용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고객 특징 분석부터 단골 비율 파악까지
삼성카드는 지난 2월 가맹점의 고객 결제 정보를 모아 분석해주는 ‘링크 파트너’를 내놨다. 가맹점주는 자기 가게에 어느 성별·연령대의 손님이 많이 오는지, 이들의 소득과 직업은 보통 어느 수준인지, 언제 방문하는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변 상권과 비교도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메뉴 구성을 바꾸거나 ‘30대 고소득 남성’ 같은 특정 삼성카드 고객에게 할인 쿠폰을 뿌릴 수도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가게 사장님들이 상권 분석 결과를 보고 맞춤형 쿠폰을 발행하기 때문에 삼성카드 소비자도 혜택을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대상 스타트업인 한국신용데이터의 ‘캐시노트’ 서비스는 가게의 카드 결제 정보를 분석해 특정 기간 인기 메뉴나 단골 비율 같은 정보를 보여준다. 신규·재방문 고객에게서 발생한 매출이 각각 얼마인지, 어느 시간대에 어떤 메뉴가 많이 팔렸는지 등을 숫자로 알려주는 것이다. 그동안은 자영업자가 눈대중이나 감으로 ‘대충 이럴 것’이라고 추측만 하던 부분이다. 현재 자영업자 80만명이 이 서비스를 쓰고 있다.
◇빈자리 예측으로 할인 판매도 가능
식당 예약·고객 관리 스타트업 테이블매니저는 올 초 매장의 빈자리를 예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매장 예약 패턴과 업종별 데이터, 날씨 데이터 등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일주일 뒤 식당 손님이 얼마나 많을지 알려준다. 가게 주인은 공석이 예상되는 자리를 미리 할인 판매해 채울 수 있다.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는 “실제 당일 빈자리가 예측과 얼마나 맞았는지 평가하는 식으로 AI를 계속 학습시키고 있다”며 “정확도가 높은 매장은 95%까지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작년 말에 나온 ‘잘나가게’는 가게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성별과 연령대, 붐비는 요일과 시간대 등 유동 인구 분석까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사람들이 주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흐름까지 알 수 있어, ‘가게 주변은 일요일에 유동 인구가 가장 적으니 휴무일은 일요일이 좋다’ ‘여성 유동 인구가 많으니 예쁜 디저트를 포함한 세트를 구성해보라’는 식의 조언이 가능하다. 지난달엔 배달에 특화된 서비스도 추가했다. 어느 구역에서 어떤 성별·연령대가 몇 시에 배달을 자주 시키는지 알려준다.
이런 데이터만으로 잘나가는 가게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종 판단과 의사 결정은 결국 가게 주인의 몫이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같은 숫자를 봐도 업주마다 해석이 다르며”며 “어떤 사장님은 단골 비율이 늘어난 걸 긍정적으로 보고, 또 다른 사장님은 부정적인 지표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주말에 갑자기 늘어난 30대 유동 인구가 새로 생긴 문화센터 때문인지, 주변 맛집 때문인지 판단하는 것도 결국 자영업자의 경험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