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윤’ 이철규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이 의원(가운데)이 지난 25일 영입 인재 낙천자들과 조찬 모임을 갖기 위해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들어서는 모습./연합뉴스

오는 3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윤’ 이철규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자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인재영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을 맡아 총선 참패 책임론이 제기된 이 의원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민심에 부합하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192석 야당을 상대할 소수 여당 원내대표를 선뜻 맡겠다는 후보가 없어 이 의원의 추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재형 의원은 29일 소셜미디어에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관련 기사를 올리고 “선수 교체 없이 옷만 갈아입혀 다시 뛰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이 의원은 총선 패배 책임으로 벌을 받아야 할 분이지 상 받을 분은 아니다”라며 “이 의원이 나서는 게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이겠느냐”고 했다. 인천에서 낙선한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도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에 대해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안철수 의원도 28일 소셜미디어에 “총선 참패 원인을 제공한 당정 핵심 관계자들의 2선 후퇴를 호소한다”고 했고, 27일 서울 송파갑의 박정훈 당선자는 “이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 것에 대해 수도권 의원들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저 역시 반대”라고 썼다. 25일 조해진 의원은 “정권 심판을 초래한 대통령 심복이 반성과 자숙은커녕 당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상식 이하의 기이한 행태”라고 했다.

연일 이 의원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당내 분위기는 역설적으로 ‘이철규 대세론’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날까지 원내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TK(대구·경북) 한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 참패 책임이 있는 이 의원이 원내대표를 하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가 모이려면 실제 경쟁자가 나와야 하는데 안타깝지만 아무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유력 후보였던 4선의 김도읍 의원은 전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극심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에 끌려다닐 일만 남은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라는 ‘독배’를 선뜻 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후보로 거론되던 한 의원은 “해병대 채상병 특검 등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이슈들만 산적해 있는데 이를 막아낼 방법도 없고 들러리만 서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여전히 친윤이 당내 다수라는 점도 한계다. 또 다른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는 이재명·조국·이준석의 야당과 싸우면서도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수직적 당정 관계를 탈피하기 위해 대통령에게도 ‘노(NO)’라고 해야 하는데 누가 쉽게 나서겠느냐”고 했다.

총선 3연패로 인해 국민의힘이 8년 전보다 퇴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총선에서 1석 차이로 민주당에 패한 새누리당은 ‘비박’ 정진석 원내대표를 뽑고 소장파 김용태 의원에게 혁신위를 맡기려 하는 등 쇄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야권에 84석 차이로 패한 이번에는 그런 시도조차 없다는 것이다. 조해진 의원은 “22대 국회는 동정이든 기대든 민심을 최대한 끌어모아 방패막이로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지금 하는 행태들을 보면 진짜 죽어봐야 지옥 맛을 알겠다는 사람들 같다”고 했다. 김웅 의원은 “우리 당은 리모델링할 수준은 아니고 싹 무너트리고 재건축을 해야 한다”며 “오히려 당대표까지 친윤으로 뽑아 책임을 지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많은 분들께서 극심한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과 우리 당의 모습에 우려하는 말씀들을 해주셨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국민만 바라보며 꿋꿋이 나아가면 민심의 힘이 균형추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