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수 지음 | 출판사 리틀에이 | 가격 2만2000원
“이제 인공지능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시를 써달라고 해 보자.” “선생님, 시가 써지긴 했는데 뭔가 정보만 들어간 것 같아요. 제가 느낀 점들을 넣어 보면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야. 이번에는 창훈이가 꽃을 조사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넣어서 시를 써달라고 해 보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창훈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이렇게 명령해요. ‘내가 개망초를 보고 느낀 점이야. 이것을 반영해서 시를 다시 써 줘.’ ‘모양이 계란 프라이처럼, 톱니처럼 생겼다. 꽃봉오리 색과 꽃의 색이 달라서 신기했다.’
반 아이들이 AI와 대화를 나누며 시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선생님은 이렇게 말해요. “시인들도 시를 쓸 때 한 번에 쓰지는 않는대. 너희들도 시인들처럼 처음 쓴 시를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을 거치면 좋을 것 같아.” 그러자 아이들이 이렇게 말해요. “처음에는 글을 쓰는 것이 막연했는데 인공지능과 함께 쓰니까 마냥 어렵다고 생각되지 않아서 좋아요.” 그러자 선생님은 조언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인공지능에 의존해서 쓰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에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그만큼 바른 사용법은 없을 거야.” 아이들은 인공지능이 작성한 시를 그대로 두지 않고, 자신만의 느낌이 담긴 시로 만들기 위해 계속 고쳐 써나갑니다. 이렇게 완성한 시는 깜짝 놀랄 정도로 멋집니다.
이 책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 공민수 선생님이 학생들과 AI를 활용해 실제 진행한 수업을 바탕으로 썼어요. 교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대화체로 구성한 것도 특징이에요. 저자는 아이들이 챗GPT와 구글 ‘바드’ 등 AI 도구를 활용해 동화 작가, 웹툰 작가, 애니메이션 감독, 시인, 화가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줘요. 또 다양한 AI를 활용해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력을 키우고, 잠재돼 있던 표현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요.
“처음 컴퓨터를 만든 사람이 기계도 사람처럼 똑똑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만든 개념이 인공지능이었지. 그리고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똑똑해지려면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따라 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아이디어를 낸 거야. 그렇게 사람 머릿속 신경망처럼 인공지능에도 인공신경망을 만들어 주게 된 거지.” 저자는 활용법에 앞서 인공지능의 개념부터 쉽고 명료하게 설명해요.
저자가 이런 수업을 진행하고 그 과정을 담아 책을 펴낸 계기가 인상적이에요. 저자는 어린 시절 아무리 노력해도 그림을 잘 그리지도, 글을 잘 쓰지도 못해 속이 많이 상했다고 해요. 어른이 되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임을 깨달았죠. 교사가 된 후 이런 내용을 아이들에게 말해줬지만, 아이들 역시 그림이나 글이 잘되지 않으면 쉽게 낙담했다고 해요. 그래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잘 그려지지 않고 잘 써지지 않는 현실을 넘어서는 성공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해요. AI 교육은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사람 중심이 돼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