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전남 광양 율촌산단 내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에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니켈·코발트·망간을 섞은 까만 가루인 ‘전구체’와 ‘리튬’을 섭씨 800도에서 24시간 굽고 있었다. 3층 높이의 창고 선반에는 완성된 양극재가 담긴 자루 수백 개가 빽빽이 들어찼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는 자루당 무게가 800kg, 가격은 5000만원이다. 주문이 밀려드는 양극재 호황을 실감했다.
1982년 포스코 최대 제철소가 들어선 광양은 40년간 ‘철의 도시’였다. 인구 7만의 농어촌 마을이 인구 15만의 세계적 철강 도시로 컸다. 하지만 지금 광양은 ‘배터리 소재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2018년 이후 3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양극재 공장을 비롯해 리튬 가공, 폐배터리 처리 공장까지 구축하면서 광양의 산업 지도가 바뀌고 있다. 현재 광양의 포스코퓨처엠 인력은 700여 명으로 10년 내 6000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있다.
광양뿐 아니다. 에코프로가 양극재 생태계를 구축한 포항을 비롯해, 새만금·오창·울산까지 전국이 이차전지 소재 산업으로 들썩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같은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가 급성장하면서, 소재 생태계가 본격 구축되는 것이다.
국내 양극재 생산 능력은 2027년 158만t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차 1300만대 분량으로, 2027년 전세계 전기차 수요(2000만대)의 최대 60% 공급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