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청사./전기병 기자

법무부는 3일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가 학대를 하는 등 친권(親權)을 남용한 부모에게 직접 친권 상실 등 가사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새로 만든 가사소송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어린 자녀의 가사소송 절차를 도와주는 ‘절차보조인 제도’가 도입되고, 이혼 이후 양육비 지급을 미루는 부모에 대해 가정법원이 더 쉽게 감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다음 달 13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포 후 2년 뒤부터 시행된다. 1991년 제정된 현행 가사소송법이 전부 개정되는 건 31년 만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모가 친권을 남용해 자녀의 복리를 해치는 경우 자녀가 직접 법원에 친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알코올중독이나 게임 중독 등으로 자녀를 방치해 다치게 하거나, 아동을 물리적으로 학대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미성년자가 부모를 상대로 가사소송을 청구하려면 법정대리인이나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했는데, 이 경우 소송 상대방인 부모 또는 부모와 가까운 친척 등이 대리인으로 선임돼 소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독립적인 의사 표현이 어려운 영유아 등은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법원에 친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법 개정에 따라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은 “소송을 내는 것 자체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소송 제기 권한이 주어진다고 해서 소송을 남발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가정법원이 가사소송에서 미성년 자녀나 4촌 이내 친족의 신청에 따라 직권으로 절차보조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절차보조인으로는 변호사 또는 심리·교육·상담학 등 전문가를 선임할 수 있으며, 이들은 재판에서 미성년 자녀와 동석하거나 진술을 보조하는 등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가정법원이 의무적으로 미성년 자녀의 진술을 청취하게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들어갔다. 현행법은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의 진술만 듣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다. 또 재판부가 분리되면 소송이 지연되고 변호사 선임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점을 고려해, 가사소송과 관련된 민사소송은 가정법원에서 함께 처리할 수 있도록 바뀐다.

이와 함께, 가정법원이 이혼 후 양육비 지급을 미루는 부모에게 처분하는 감치 명령 요건도 완화된다. 지금은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3개월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감치 명령을 받는데, 이 기간을 30일 이내로 축소한다. 또 재판 중에도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가정법원의 사전 처분에 집행력을 부여하기로 했다. 가정법원 출신 한 변호사는 “가족 문화의 변화상에 따라 가사소송에서 자녀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