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狙擊)은 원거리에서 고성능 화기를 이용한 은밀한 공격을 말한다. 저격수를 뜻하는 스나이퍼는 야생 도요새(스나이프)에서 나왔다. 작고 날랜 새를 맞힐 만큼 총을 잘 쏜다는 뜻이다. 1차 대전 때 적 1명을 제거하는 데 들어간 탄약은 7000발, 2차 대전 때는 2만5000발이었다. 그런데 저격수들은 평균 1.7발을 사용했다. 핀란드 저격수 시모 해위해는 1939년 소련-핀란드 전쟁에서 700명 이상을 저격해 전쟁 양상을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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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는 한때 야당 정치인들의 명예로운 이름이었다. 야당 저격수들이 제왕적 권력의 약점을 정확히 타격했을 때 국민들도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홍준표, 박지원 의원 등이 저격수로 성과를 올렸다. 홍 의원은 저격수가 갖춰야 할 3가지를 팩트 검증과 네이밍(이름 붙이기), 정무 감각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팩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격수는 ‘원샷 원킬’이다. 잘못 쏘면 자기가 죽는다”고 했다.

▶저격은 요즘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이기도 하다. 한 학생을 타깃으로 조롱하는 글을 올리고 다른 학생들이 댓글을 다는 식으로 비난을 퍼붓는 사이버 폭력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고생 가운데 저격글을 써본 경험 있는 학생이 14.5%라고 한다.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저격하는 일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1966년 마오쩌둥은 인민일보에 ‘사령부를 포격(砲擊)하라’는 격문을 게재했다. 마오의 기고문을 본 홍위병들은 들불처럼 일어나 마치 자기 세상이 온 것처럼 마음대로 난동을 부렸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몰아 짓밟은 광기의 시대, 선동의 시작이었다. 추미애 장관이 어제 “국민을 기망한 대검을 저격하라”고 했다. 검찰이 라임펀드 사건과 관련해 여권 정치인들만 조사해 피의 사실을 흘리고 야당 정치인은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격하라는 것이다. 추 장관은 ‘저격’이란 표현을 썼지만 오히려 마오가 사용한 ‘포격’과 비슷한 뉘앙스다.

▶추 장관이 대검을 저격하라며 든 이유부터 엉터리다. 피의 사실 유출이라는 언론 보도는 라임펀드 전주(錢主) 김봉현씨가 도피 중에 퍼트린 것이다. 추사단으로 불리는 남부지검장부터 “누설 사실이 없다”고 했다. 여권만 집중 조사했다고 했지만 김씨 진술에 따라 진행된 것이고 야당 관련 수사도 계좌·통신 추적이 상당부분 이뤄졌다. 허위 조작 채널 A사건을 두고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더니 펀드 사기꾼 말에 또 지휘권을 꺼내든 추 장관이 이제 선동까지 한다. 추 장관은 엉뚱한 표적을 겨냥한 난사를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