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4일 정부가 공개한 연금 개혁안을 ‘더 내고 덜 받는’ 안(案)이라면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국민연금 가입자 수와 기대 여명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조정하는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하고 현재 40%인 소득 대체율을 2028년까지 42%로 2%포인트만 올리는 안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연금을 깎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민주당은 오히려 정부안이 아닌 이재명 대표가 21대 국회 막바지에 제시한 모수(보험료율·소득 대체율 조정) 개혁안을 중심으로 연금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런 입장을 고수하면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나 자동 조정 장치 도입 같은 연금 구조 개혁 논의는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 재정 부담을 덜어내는 데만 몰두한 (정부의) 연금 개혁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21대 국회 막판에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보험료율 13%, 소득 대체율 44%’ 안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21대 국회 막판 국회 공론화위원회 결론(보험료율 13%, 소득 대체율 50%)을 바탕으로 크게 양보해 제안한 안인 만큼 이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개혁안이 아닌 보험료율(소득 대비 납입액 비율)과 소득 대체율(소득 대비 수령액 비율) 조정 같은 모수 개혁부터 논의하자는 취지다.
민주당은 특히 정부가 개혁안에서 제시한 소득 대체율이 이 대표가 수용 의사를 밝혔던 21대 국회 국민의힘 안보다 낮아진 점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보험료율·소득 대체율 모두 현행보다 4%포인트씩 올리는 안을 최종 제시했었다. 그런데 이날 공개된 정부 개혁안에선 보험료율은 4%포인트, 소득 대체율은 2%포인트밖에 올리지 않아 국민 설득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또 자동 조정 장치와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에도 반대했다. 이 두 가지는 윤 대통령이 연금 개혁 방향의 핵심 원칙으로 꼽은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금 구조 개혁의 핵심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연금 수령액을 조정하는 자동 조정 장치는 도입 필요성이 작다고 했다. 진 의장은 “보험료율이 20%에 달하는 서구 국가들이 연금 수령액을 깎기 어려우니 대신 도입한 게 자동 조정 장치”라며 “한국은 아직 보험료율을 20%까지 올리려면 한참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당장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보험료율을 올려도 자동 안정(조정) 장치를 도입하면 실제로 오르는 연금 수령액은 5%에 불과하다”며 “2030년 신규 수급자 기준으로는 연금 수급 총액의 17%가 삭감된다”고 했다. 진 의장은 “연금은 은퇴 후 노후 소득을 보장해 주려고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인데 재정 문제를 들어 노후 소득 보장을 소홀히 하고 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건 연금 제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연금 개혁 3대 원칙 중 노후 소득 보장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와 관련해서도 “세대별 갈라치기”라고 했다. 진 의장은 “국민연금을 연령별로 차등화해 운용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중장년층들이 청년층에 비해 연금 수령을 많이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가입 기간이 짧아 수령액이 충분치 못한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당신들은 보험료를 더 내라’고 하면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정부 개혁안의 출산·군 복무 크레디트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먼저 제안했던 것”이라며 “찬성”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