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경영권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여온 카카오와 하이브가 12일 “SM 지분 확보를 위한 경쟁과 분쟁을 끝내기로 양사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하고 카카오의 SM 경영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예정대로 공개매수를 통해 SM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하이브와 플랫폼 관련 협업을 하기로 했다. 지난달 7일 카카오의 SM 지분 매입 계획 발표와 이수만 SM 창업자의 반발로부터 촉발된 SM발(發) 엔터테인먼트 업계 치킨게임은 이로써 한 달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양사의 합의에 따라 최종적으로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포함)는 지분 40%를 보유하는 SM 최대주주가 된다. 카카오는 “26일까지 예정된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당초 약 1조2500억원을 투입해 SM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 하기로 했다. 카카오의 현재 SM 지분율은 4.9%다. 하이브가 ‘추가 지분 매입은 없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하이브는 SM의 2대 주주(지분 15.8%)가 된다.
◇양사 모두 “SM 인수전 지나치게 과열”
양사가 이 같은 합의에 이른 것은 SM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양측 모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엔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모두 지난달 말부터 SM 인수전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를 내부적으로 표시했고, 이번 전격적인 합의에도 ‘출혈 경쟁을 멈춰야 한다’는 두 창업자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회사가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SM 주가는 지난 8일 상장 이후 최고가인 16만12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제안한 주당 15만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하이브가 15만원보다 비싼 가격으로 추가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하이브 측은 이날 “현재 상황에선 SM 주가가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인수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것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이수만 SM 창업자와 이수만의 처조카인 이성수 SM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엔터 업계도 이수만 지지 측과 이성수 지지 측이 갈라져 자극적인 입장문을 쏟아냈다. 여기에 금융 당국까지 양사의 지분 매입 과정에서 시세조정과 같은 불공정행위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면서, “이대로 가면 누가 이겨도 득만큼 실도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지난 10일 카카오와 하이브 고위 경영진들은 “여기서 지분 싸움을 멈추자”는 합의에 도달했고, 이어 11일 SM 이수만 창업자 측과 이성수 대표를 비롯한 현 SM 경영진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IP 보유한 카카오, 플랫폼 확장할 하이브
SM을 인수하는 카카오는 단숨에 K콘텐츠 업계의 강자로 등극하게 됐다. 카카오는 SM이 보유한 강력한 K팝 관련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영화 등 다른 엔터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아이유를 제외한 스타 가수가 부족하지만, 영화·드라마·웹툰과 웹소설 등 다양한 엔터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IP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의 IT와 비즈니스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합의에서 “SM이 보유한 K팝 IP를 기반으로 플랫폼 협업을 하겠다”는 협력 의지도 밝혔다. 에스파, NCT 등 K팝 아이돌콘텐츠의 IP는 카카오가 보유하지만, ‘카카오-SM-하이브’ 3자가 플랫폼 협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영권 경쟁 자체는 카카오의 승리로 결론이 났지만, 카카오로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SM 인수에 카카오가 쓰는 1조2000억원 이상 비용은 2021년 카카오가 이수만 창업자 지분 인수 협상 당시 오갔던 인수 대금 6000억원의 2배 수준”이라며 “이번 공개매수 금액은 SM의 실질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