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강조하며 9월부터 시범 운영하겠다고 했던 납품 단가 연동제가 시작도 하기 전에 ‘참여율 저조’로 삐걱대고 있다. 시범 운영에 참여하겠다며 신청서를 제출한 대기업이 5곳에 그치면서 제도 시행은커녕 모집 일정을 연장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중기부는 “참여 의사를 밝힌 대기업은 많다”고 하지만, 예상보다 냉랭한 대기업 반응에 머쓱해진 상황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30일 현재 납품 단가 연동제 시범 운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신청서를 제출한 대기업은 ‘1호 신청’ 기업인 대상그룹을 비롯해 5곳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26일까지 사업 참여 기업을 모집했으나, 참여하는 대기업이 적어 신청 기한을 9월 2일까지로 일주일 연장했다. 납품 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올려주는 제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중기부는 지난 11일 납품 단가 연동제 시범 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청 기업 중 30곳을 추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기업 반응은 중기부 예상과 달랐다. ‘상생·협력이라는 취지에 동의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막상 신청서 제출에는 소극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한 재계 인사는 “대기업도 원자재 값, 환율 인상 등으로 어려움이 큰데 납품 단가 연동제 도입에 발 벗고 나설 여유가 있겠느냐”고 했다.
중기부는 일단 모집 마감일까지 최대한 대기업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참여를 망설이는 대기업에는 “시범 운영에 직접 참여해서 보완할 점을 알려주면 되지 않겠느냐”며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납품 단가 연동제 시범 운영은 당초 계획보다 1~2주 늦어진 9월 중순쯤 시작될 전망이다.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바라기보다는 정부가 조속히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납품 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값 급등, 글로벌 경제 위기와 같이 위급한 상황에 필요한 제도인데 지금처럼 대기업의 ‘선의’에만 기댔다가는 시기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