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게티이미지코리아

전체 직원 수가 1만3000명에 달하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올해부터 폐경 관련 증상을 겪는 본사 및 협력사 직원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이 가상 진료 서비스 앱인 ‘페피 헬스’에 접속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영국 지사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자 미국에서도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영미권 직장들에서 중년 여성들을 위한 ‘갱년기 복지’를 늘리고 있다고 2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직장 내 여성 인력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위한 복지를 늘리는 것이 기업의 생산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회사 브리스틀 마이어스 스큅도 직원들을 위한 폐경기 지원 제도를 곧 시작한다. 영국 지사에서 먼저 시작한 갱년기 직원 맞춤형 프로그램이 호평을 얻자 이를 본사로 확대한 것이다.

기업들뿐 아니라 국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갱년기 복지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21년 ‘범정부 폐경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하고 폐경에 대한 낙인 해소와 함께 중년 여성의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지원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도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이 올해 초 “이 도시의 폐경기에 대한 오명을 바꾸고 정책과 건물 개선을 통해 도시 근로자를 위해 더 폐경기 친화적인 직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NYT는 여성의 갱년기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여성이 직장을 떠나거나 직장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게 만든다는 더 많은 증거가 나타나며 기업들도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 직장인의 평균 연령이 늘어났고, 많은 중년 여성이 직장 내 숙련된 인력이기 때문에 이들이 창출하는 부가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의료기관인 메이요 클리닉이 2021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45세에서 60세 사이 여성 중 약 10%가 폐경기 증상으로 인해 작년에 휴가를 내 고용주에게 약 18억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IM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직장 10곳 가운데 3곳에서 폐경 관련 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프라 윈프리나 미셸 오바마 등 유명 여성 인사들이 자신의 폐경과 갱년기 경험을 공공연히 이야기하며 갱년기에 대한 인식이 개인적 문제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오프라 윈프리는 한 토론회에서 극심한 심장박동, 열감, 무력감 등 자신의 폐경기 경험을 고백하며 “당신은 ‘빅M(Menopause·폐경기)’을 능가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넷플릭스는 미셸 오바마와 오프라 윈프리가 갱년기를 포함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쇼 형태의 다큐멘터리 ‘우리가 나누는 빛’을 공개했다.